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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n Yeo Jul 18. 2024

음악으로 인류의 진화?

인간은 왜 음악을 하는 거지?


I. 들어가며: 습관처럼 말하는 이상한 문장


난 종종 습관처럼 말하는 난해하고 이상한 문장이 하나 있다.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날 의아하게 바라본다.


"음악을 통해서 인류의 진화에 기여하겠다"라는 문장이다.


  거대하고 추상적인 개념어로 이뤄진 문장인지라 그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에는 많은 설명이 필요하는 듯하다.


나는 이 문장이  어떠한 배경과 맥락에서 나올 수 있었는지, 그것을 보다 구체화하여 명확하게 내가 말하는 용어의 범위와 정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내가 말하는 "음악을 통한 인류의 진화 기여"의 진정한 뜻을 전달하고자 한다.  






II. 본론: "음악을 통한 인류의 진화 기여" 문장의 다양한 해석 가능성


"음악을 통한 인류의 진화"라는 문장에서 "인류의 진화"라는 말은 두 가지로 해석 가능한데 하나는 "인류 종의 생물학적 진화"이고 다른 하나는 "인류 문명의 발전"이다.


 이에 앞서서 "'음악'의 범위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가"를 논의하자.


1. 논의의 전제: 음악의 범위


물론 오늘날 음악이라고 하면 여흥용으로 감상하는 뉴진스, BTS, 테일러 스위프트의 대중 음악이나 고도의 문화적 성취로 이루어낸 걸작으로서의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의 작품이나 수궁가, 춘향가 판소리와 같은 예술 음악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음악이 어떻게 인류 종의 진화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대중 음악이나 예술 음악의 범위 내에서 생각해 봤을 때 음악은 그것을 감상하고 수용하고 향유하는 데 자원, 관심, 에너지를 투여하머 소비되는 대상이지 음악 그 자체가 인류의 생존과 진화에 필요한 자원을 직접 생산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의 범위를 보다 넓게 보아 '소리로 이루어진 기호'라고 생각해 보자. 이런 주장이 지나치게 비약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늘날 BTS의 뮤직비디오의 소재로 사용된 한국의 무형문화재 대취타 역시 조선시대의 전통적인 군대 음악이요 그것은 적군의 동태를 아군에게 빨리 전달하기 위한 신호용 소리이다.


이런 사례를 보면 마냥 우리가 음악의 범위를 예술 음악 혹은 대중 음악 등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음악을 '소리로 의미와 의사 표현 가능한 기호'로 본다.


2.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로 해석하는 경우


이런 점을 고려해 봤을 때 넓은 의미의 음악이 인류 생물학종의 진화에 기여했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해 볼 수 있다.


2-1. 생존 


하나는 생존의 측면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하나의 음악은 적의 위협에 대해서 공동체 사람들에게 그 위협의 의미를 공유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이는 인류종의 생존율을 올리는 데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를 공동체 내에서 합의한 의미 체계를 바탕으로 음악으로 전달할 수 있다.


예컨대 사냥의 대상이 근처에 있다거나 사막과 같은 지대에서 오아시스가 있다는 신호를 공동체 내에서 소리 체계와 연결해 공유할 수 있다.


심지어 이런 의미 체계는 선대에서 후대로 전수될 수 있어 더더욱 음악을 통해 인류의 생존율을 끌어 올릴 수 있다.



2-2. 재생산


두번째는 번식의 측면인데,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음악을 서로 이성적 호감을 이끄는 노래에서 기원했다고 보는 사례. 20세기 최초의 대량 흥행 음악이 미남 가수의 중저음 목소리를 통한 성적 소구(sex appeal)로서 가능한 점, 오늘날의 수많은 청소년들이 데이트 코스로 코인 노래방 선택하며 노래 잘하는 사람을 이상형으로도 꼽는 점을 고려하면 음악이 인류의 재생산 측면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말할 수 있고, 이는 음악이 인류의 진화에 기여했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3. '인류 문명의 진화'으로 해석하는 경우 


물론 나도 음악계 사람이지만 주변에 음악인들 보면 다들 자부심이 있다. 각자가 스스로의 기준에서는 가장 뛰어난 아티스트이고, 음악의 발전에 있어서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음악 발전에 있어서 최전선에 있다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소위 음악가들은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음악을 하는 것이고, 음악 활동을 통해서 인류 문명을 한 단계 더 도약했다라고 한다면 그 단계의 경로는 어디서부터 출발해서 어디로 도달하는 것일까?


3-1. 진리 추구의 최전선 


첫 번째는 진리 추구의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흔히 진리라고 하면 이성을 통해서 선험적이고 연역적인 형식 과학으로서 수학, 논리학 혹은 실험을 통해서 탐구하는 천문학, 물리학 등이런 통념에서 생각해 봤을 때, 지극히 감성의 영역에 있는 음악이 어째서 진리 탐구의 최전선에 있냐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진리라는 것은 궁극적이고 초월적인 지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이 감히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라는 반론도 던질 수 있다. 진리라는 초월적인 세계를 느끼기 위해서는 언어로 표현이 불가능한 다른 매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19세기 낭만주의 미학자들은 음악 형식 그 자체가 시적 세계라고 말하면서 음악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리의 영역리고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수많은 음악인이 음악을 통해서 진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기존의 이성과 언어 중심의 통념에서 벗어났을 때 이해할 수 있다.

3-2. 음악사 진보의 최전선 


두 번째는 음악사에 있어서의 진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음악사의 진보와 발전 단계 개념은 생물학의 영향을 받아서 형성된, 즉 음악사 전체를 거시적으로 조망하고 음악이 마치 유기체와 같이 오래전의 시대부터 최근까지 점차 발전해 왔다는 사관에 근거한다.


그렇기에 이것이 음악 실제와 과연 관련이 있느냐라는 의문이 제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체의 성장사와 같이 음악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꽤 보편적인 서술 방식으로서 특정한 위대한 소수의 천재 작곡가에 의해서 음악 양식의 발달이 일어나고, 이것이 역사적으로 음악의 진화에 큰 공헌을 했다라고 본다.


이런 차원에서 '인류 문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작곡가'라는 의식은 스스로가 음악의 역사에 있어서 이전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거나 이전 시대의 음악을 계승하고, 그 와중에 선대 작곡가들이 고려하지 못한 점을 보완함으로써 새로운 음악 양식을 제시해 음악 발전의 역사에 기여한다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음악사의 진보를 이끌어낸 작곡가는 개인의 영감, 천재성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혹은 당대의 인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와 함께 묶여서 빈 악파의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파리 악파의 레오냉과 페로탱과 같이 묶여서 이해될 수도 있다.


3-3. 음악 문화 다양화의 최전선 


하지만 음악사에 있어서 음악의 진보에 기여한 위대한 일류 음악가를 선정하는 기준은 매우 모호하다.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과 같이 역사적으로 위대한 작곡가로 기록된 고전주의 시대 작곡가 뿐만 아니라 당대의 클레멘티, 클라우, 듀섹과 같은 작곡가도 양식적 기여에 상당한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평가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음악 작품에 있어서 개별 작품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과연 음악 실제를 제대로 평가하는 데 있어서 적절한 것이냐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고, 더더욱 개개의 작품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데 지나치게 위대한 소수의 작곡가의 작품에만 집중한 나머지 다른 작품은 도외시하는 거 아닌가라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모든 음악은 전부 그 자체로 개별적인 가치가 있다라는 전제로 살펴봤을 때 음악이 다양하면 다양해질 수록 인류의 음악이 발전하는 것으으로 볼 수 있다.


  즉 인류 문명은 고유한 가치를 가지는 음악들이 다양하면 다양해질수록 더 풍요로워진다. 작곡가는 수 많은 음악을 생산하며 문화적 다양성 증가에 공헌하며 이를 인류 문명의 진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III. 음악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1. 음악 목적의 다양한 가능성을 들며


인간이 음악을 향유하고 작곡하고 연주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그 목적은 앞서 얘기했듯 생존의 목적, 번식의 목적과 같은 인류 종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생물학적 층위를 시작으로 개인의 가벼운 여흥, 오락을 목적도 가능하며, 경제적인 맥락에서 상품을 조금이라도 더 잘 팔기 위한 광고 음악, 게임에 보다 더 오래 몰두하라는 목적의 게임 배경 음악도 가능하다.


정치적인 맥락에서 지지세를 과시하기 위해서 음악을 활용할 수 있으며, 자신의 정당 후보가 조금이라도 더 득표하게 하기 위해서 선거 로고성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는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층, 지역, 인종, 국가의 노래를 향유할 수도 있다. 민중가요, 진도아리랑, 흑인음악, 애국가와 같이 말이다.


한편 미학적인 맥락 즉 음악 그 자체의 아름다움, 진리 추구 등의 목적이나 음악사의 발전에 최전선에 섰다는 의식하에 그 발전를 이끌겠다는 목표할 수도 있다.


이쳐럼 음악 행위의 목적은 생물학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미학적 층위에서 모두 이해할 수 있다.





2. 음악의 목적에 따른 분류: 실용음악 그리고 자율음악


이렇듯 인류가 음악을 하는 목적은 다양한 맥락과 층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


한편,  실용적인 목적으로 음악을 이용하는 것은 실용 음악이라고 하고, 음악 그 자체가 목적이 있는 경우를 자율 음악이라고 한다.


  실용 음악은 생물학적, 사회적, 경제적 목적으로 음악을 사용하는 모든 예시를 들 수 있으며 그 극단적인 예시론 미적 요소에 대한 고려를 거의 배제한 채 생존과 번식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또 자율 음악은 미학적 목적으로 음악을 이용한 것인데 그 극단의 경우는 음악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 기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아름다움에만 천착하는 극단적 유미주의, 진리 추구를 위해서 반사회적인 음악을 보이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3. 소결론: "음악을 통한 인류의 진화에 기여" 실용음악과 자율음악의 두 측면과 유의점


이렇듯 음악을 통해 인류의 진화에 기여하겠다는 담론에서의 '인류'를 생물학적 종으로서의 인류'로 볼 때는 실용 음악 그 중에서 생물학적인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인류의 진화'를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자율음악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듯 생물학적 측면과 미학적 측면은 각각 자율 음악과 실용 음악을 대표하는 비교적 양 끝에 있는 영역인 만큼 지나치게 천착할 경우 두 극단적 경우, 즉 미적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단순히 수단으로 전락된 소리로서의 음악과 당대 청중 및 음악의 사회적 영향력과 기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폐쇄적인 음악을 전개하는 경우 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이 담론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IV: 나가며: "음악을 통해 인류의 진화에 기여"의 진정한 뜻 


우리는 이상의 논의를 통해서 "음악을 통한 인류의 진화"라는 거대 추상어로 이루어진 거대 담론이 가리키는 구체적인 바를 살펴보았다.


이때 추상어의 해석에 따라서 실용과 자율 음악의 측면에서 모두 해석 가능하다고 보았고, 다만 각각 생물학적 측면과 미학적 측면이라는 실용과 자율 음악의 비교적 극단적 지점을 가리키는 면이 있어 이를 고려해 사용해야 한다.


오늘날의 수많은 작곡가들은 인류 문명의 최전선에서 음악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킨다는 자부심과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측면에서의 음악 활동 또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음악의 사회문화적 기능과 영향도 고려하여 극단적인 유미주의, 실용주의로 빠지지 않게 조심하며 '음악으로 인류의 진화에 기여'해야 한다.

참고문헌


학술논문


김진아.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서술하는가? 서양음악사 서술의 구성성에 관하여 : 18세기 말부터 20세기 말까지 독일어권을 중심으로." 서양음악학 22.2 (2019): 95-120.


단행본


김희선. 문화의 시각으로 음악을 보다. 서울: 띠움, 2020.

최유준. 예술 음악과 대중 음악, 그 허구적 이분법을 넘어서. 서울: 책세상,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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