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그리고 다시 현재
불안한 나의 심리 상태에도 시간은 흐른다.
정신과에서 준 약을 먹어도 불안한 나의 상태에는 영향이 없는 것 같다.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인들에게 연락해보기도 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 생각을 멈추려고 해 봤다.
그럴 때마다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는 사실이 떠오른다. 삶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고(고통이라고 적으려고 했지만 고통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아무도 다른 누구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도 느낄 수도 없다고. 분명 사람마다 다르지만 누구나 가장의 무게를 지고 부담을 느끼고 현재의 속도에 불안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불안한 마음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닐까 싶었다.
정신책(내 감정에 잡아먹히지 않는 법)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쨌든 중요한 건 "관점"이라고.
불안을 느끼게 하는 건 그 사람이 어떤 대상이나 사건에 대한 "관점" 때문이라고
아이가 생기면서 "사회"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커진 것은 당연히 그 때문이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자꾸 불안한 건 내가 일하는 환경에 대한 당연한 관점이고
이렇게 생각을 해버리니 조금 편해짐을 느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시간이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물론 빨리 회복해서 경주마처럼 달려야 하는 거 아니야 라는 조급한 마음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번 기회에 더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마음도 있다.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면서 시간의 속도는 어린 시절, 학생시절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주관적인 영역이지만 누구나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 모두들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생각"할 시간이 없다가 가장 클 것 같다. 하루하루 주어진 역할을 해내기도 버거운데 "생각"할 여유가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시간이 있더라도 휴대폰 액정에 생각할 시간을 내어주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게 현재의 모습들 아닐까?
이 글을 작성하는 순간에 나는 일상을 찾았다. 여전히 약을 먹고 있지만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있다. 힘든 순간순간은 너무도 고통스러웠고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일주일 만에 일상을 찾은 것이다. 약 효과 때문일 수도 있고 많은 것을 내려놓았을 수도 있고(진정으로 내려놓으려면 이런 시기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도피처를 찾은 것(희망) 일 수도 있다.
참 사람의 마음은 편한 대로만 행동한다. 어떻게든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시작한 브런치도 상태가 호전되니 귀찮은 일이 되어버리게 되니까. 그 필요성과 간절함이 달라져버리니까.
그래서 더더욱 결심을 다시 해보게 된다. 나에게 상처가 된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되도록 해보자. 내가 그동안 살아온 시간 그리고 이후의 시간을 나 자신에게 더 충실하고 가족과 더 행복하고 사회와 더불어 살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그러기 위해서 이 경험을 잊지 않고 계속 생각해보고 싶다.
나를 사로잡았던 불안은 아마도 경제적 걱정, 자녀에 대한 걱정,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 회사에 대한 걱정, 사회에 대한 걱정, 지구에 대한 걱정, 죽음에 대한 걱정등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나하나 이런 것들에 대한 관점을 잘 잡고 나의 자아와 구분하여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