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원 Nov 05. 2022

QA 비전 있나요?

SDET 매거진 Q&A

최근에 관련된 질문을 받게 되면서 어떻게 풀어갈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QA Engineering에 대한 앞으로의 비전과 전망보단 그보다 중요하다 생각되는 비전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작성해보았습니다. 


SW QA 분야는 비전이 있다고 믿습니다. 대우, 인식은 제가 바라보는 비전의 관점에 있어서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가장 나다워지는 순간은 SW QA 분야에서의 고민과 해답을 풀어가는 순간이기 때문에 SW QA 분야는 비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학습하지, 다른 사람은 무엇을 학습하고 어떠한 커리어 패스를 쌓아가는지를 곁눈질하거나, '10년 뒤 이 분야가 망하면 어쩌지'와 같은 다가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느라 가장 중요한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SW QA Engineer가 되기 위해 로드맵을 세우고 그와 관련된 학습과 성장과 깨달음을 얻다 보면 비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에 SW QA 분야는 비전이 있습니다. 


20대가 끝나갈 무렵 느낀 점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정말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겐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다른 사람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각자의 생각과 결정이 자아실현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지난 8월 헤어디자이너 길을 걷고자 퇴사했을 때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던 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퇴사하고 나서야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인 브런치 블로그에 대해서 그저 누구나 하는 개인 블로그 정도로만 생각을 해왔었기에, 각종 경로로 '그동안 잘 보고 있었는데 아쉬웠다', '미용이라는 새로운 길을 응원한다'는 메시지가 더욱 울림 가득하게 다가왔다. 


외부에서 보기엔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보였겠지만 우리는 누구나 타인의 삶에 대해서 특히 비즈니스 관계로 얽힌 관계에 있어서 한 사람이 살아온 과정으로 나타난 숨겨진 또 다른 모습들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거나 고민 상담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온전히 들어주는 것이 최선의 위로이자 응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20대가 끝나가는 시점에 진정으로 몸소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거쳐온 스타트업 대표님들과의 면담 자리가 떠올랐다. 대표님들은 한 가지 공통적이고 일관된 행동들이 있었는데 말을 정말 지나치게 조심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고민의 답을 나 스스로 결정지을 수 있도록 경청하되 나의 주관을 지키는 선에서 필요한 말씀들만 건네주셨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배려 가득한 차분함이었다. 그것이 어른스러움이고 지혜이자 성숙함이다.


과거 사회초년생 시절과 20대 초중반을 돌이켜 봤을 때 입과 손이 너무 가벼웠다. 좋게 말하면 열정이고 나쁘게 말하면 열정이 지나치다 못해 과했다. 나의 생각과 주장이 타인의 선택과 결정에 영향을 끼치길 바랬었다. 그래서일까, 최근 미용을 하다가 다시 QA 분야로 오게 되었을 때 QA 비전에 대한 고민을 많이 받았었다. 갑작스레 미용이라는 길을 선택한 것이 비전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고민 섞인 의문으로 느껴졌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마음에 끌림이 생긴다면 타고난 기질과 어울리는 형태로 생각을 정리해보며 QA로서 살아가는 순간을 보다 비전 있게 만들어가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뭐 이런 글이 다 있냐며 흘려보내면 된다. 


어느 분야든 비전은 스스로의 믿음에서 크기가 결정된다. 비전을 직업의 관점에서만 해석한다면 살아가는 동안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산업 전망에 따라 자아실현의 여부와는 관계없는 수많은 선택과 후회를 하게 된다. 비전은 타인이 만들어놓은 꿈에 갇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직업과 분야가 유망할까라는 물음과 의문보단 내가 이것을 했을 때 오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의 몰입과 재미와 호기심이 가득한 영역이라면 그 분야에서 보낸 세월은 결코 시간 낭비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난 스타트업은 망해도 스타트업과 함께한 구성원들의 삶은 망가지지 않는다는 말을 믿는다. 


특정한 시간 동안 한 가지 목표를 지니고 몰입했다면 비록 결과가 좋지 못했더라도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때에 이전에 각인된 태도와 몰입이 그대로 이어질 거라 믿고 살아간다. SW QA 분야가 개발과 기획보단 쉬워 보여서 시작했고 그러한 마음이 커리어를 쌓아가는 동안 이어진다면 비전이 없을 테고 SW QA 분야에서의 삶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설령 아직 다가오지 않는 미래의 기술 변화로 인해 QA 업무의 형태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더라도 또 다른 길이 생길 거라 믿는다. 


스스로 느끼기에 QA 직군의 비전이 없다고 판단되면 타인은 무엇을 하는지 자꾸 곁눈질할 테고 그렇지 않다면 타인의 시선과 외부 요인에 관계없이 어떻게 하면 QA를 좀 더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서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비전과 전망은 이러한 것이고 비전의 크기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온전한 나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마음과 태도에서 시작된다. 어떠한 직업이든 스스로 자부심을 지니고 살아간다면 그 자체가 비전이 될 거라 믿는다. 살아가는 동안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민하고, 타인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와 시선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를 직업과 연결시킨다면 QA가 아닌 그 무엇이 되었든 비전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원해서 시작한 일에는 보상 심리와 내적 동기의 유통기한이 없다. 하지만 단순히 비전과 전망이 좋아 보여서 택한 길에는 갑작스레 나타난 비포장 도로에 삶을 그저 관조와 관찰로 대체하는 시간이 길어질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Jest의 실패는 어떤 원리로 동작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