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이라는 가치에 대한 헌사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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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이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서 에에올을 모르는 주위 지인들에게는 돌멩이에 진심인 사람으로 통하던 달이 있었다. 나는 에에올이라는 영화가 다정함이라는 가치를 향한 헌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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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영화에서 선의는 대항력을 가진다. 초반부에 주인공이 건넨 눈송이처럼 사소한 친절이 영화 후반부에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채로 되돌아와서 때로는 승리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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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은 누적의 개념이며 서사와 전달할 메세지가 있고 등장인물이 한정된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실제로는 너무 비현실적인 비약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딸과 부모의 관계에서 에에올이 친절을 정의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의 악역의 형태와 우리의 일상에 근접한 메세지가 아닐까 싶어서 에에올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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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친절이 누군가의 하루를 만들고, 누군가의 허무주의로부터의 구출이 될 수 있다. 멀티버스가 존재하며 인간의 기준에서 시간이 무한에 근접한다면 그 속에서 개개인의 삶은 찰나의 반짝임에 지나지 않는다. 영원회귀에서 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존재는 반복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현상들은 무한히 반복될 것이라고 한다. 칼 세이건은 인생이란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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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이며 의미없는 반복이기 때문에 인생은 허무한 것이 아니라 영겁의 시간을 기다려 온 만큼 다정한 삶을 살고 싶다는게 에에올을 통해 느낀 지난해 나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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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으로 다정해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면 만약 누군가가 나 또는 내 사람들을 악의적으로 대한다면 나는 다정함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항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조차 쌓아왔던 다정함은 나의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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