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음지의 존재였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 세상에서 떳떳하지 못한 놈으로 손가락질당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다정한 마음이 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그 '다정한 마음'은 저 자신도 황홀해질 정도로 정다운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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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인간 세상에서 평생 동안 범인 의식으로 괴로워하겠지만 그것은 조강지처 같은 나의 좋은 반려자니까 그 녀석하고 둘이 쓸쓸하게 노니는 것도 내가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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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술을 마시는 거야? "아빠는 말이야, 술이 좋아서 마시는 게 아니에요. 너무 착한 사람이라, 그래서..."
<인간실격> 중
작품을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산하고, 우울하고, 착잡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러나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음산하고 우울해서 마음이 편했다. 익숙함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랄까. 너무 극단으로 치닫는 부분에서는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놀랍진 않았다. 그냥 그런 사람도 있겠거니. 이런 인생도 있겠거니. 그 정도였다.
'계속해서 사는 것'이 과연 어떤 점에서 '그만 사는 것'보다 나은지에 대해 나는 꽤 오랜 세월 고민해왔다. 그 고민과 함께 '어쩔 수 없이 그만 살게 될 계기가 있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겠다'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은 다자이가 표현한 것처럼 나에겐 '반려자'같은 의식이다.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간 것일까, 나는 왜 이 작품이 편안하고 마음 쓰이는지 왜 요조와 다자이의 삶이 자꾸만 궁금한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혹시 내가 아직도 우울한 것일까? 다시 우울이 찾아온 것일까? 그래서 이 작품이 끌리는 것이라면 그것은 조금 겁이 나는 일이다. 하지만 작품 해설은 내가 꼭 우울해서 이 작품에 감명을 받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되었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다.
현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절망이 요구되는 격변기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가치관의 혼란, 세대 간의 갈등 증폭,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 간의 대립 구조 심화 등으로 어떤 해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게 한다. 이런 때일수록 인간이기 때문에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나약함, 불신감, 절망감에 목숨을 걸고 천착하고자 한 다자이 오사무의 작가적 자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실격> 작품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