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주요 장면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키쿠오는 모든 것을 잃고서야 비로소 국보가 된다. 영화는 최고가 되는 과정을 악마와의 계약으로 그려내며 예술의 양면성을 깊이 파고든다. 예술의 화려함을 찬양하는 대신, 그 안에 깃든 삶의 고통과 고요한 처절함을 집요하게 비춘다. 아름답지만 슬프고, 고요하지만 잔잔하게 진동하는 슬픔이 화면을 채운다.
가부키에서 여성 역할을 연기하는 온나가타라는 소재는 배우의 몸과 정체성마저 예술로 소모하는 방식의 극한을 보여준다. 영화 속 공연 장면은 실제 무대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만들었다.
키쿠오가 예술적 희열을 느낄 때마다 떠오르던 반짝이는 이미지가 아버지가 죽던 순간 바라본 눈 내리는 정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가족의 죽음이 예술의 지향점이 된다는 설정은 일본적 죽음의 미학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나에게는 익숙치 않은 정서라 더 큰 이질감으로 다가왔고, 은근한 거부감이 느껴졌던 이유도 알 것도 같다. 영화 속 가부키 공연이 죽음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이 영화는 죽음을 미화하는 일본 문화에 대해 내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자연스레 되묻게 한다. 영화의 아름다움에 잠시 마음을 내어주되, 예술은 결국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 균형감 속에서 〈국보〉는 오랫동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