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주제에 대한 간접적인 언급이 있습니다. 스포일러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가늠해 판단하는 일은 그림자를 보고 표정을 맞추려 하는 것과 같다. 오열하며 어깨를 들썩이는 사람에게 함께 웃자고 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내 상처를 완벽하게 이해해줄 순 없지만, 그래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한다. 나를 속이기 시작하면, 그다음에도 계속 속여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 그 거짓말은 너무나 치명적이라 결국 나의 세계를 서서히 지워버린다.
목소리에 또 다른 목소리가 얹히면 공명이 생긴다. 그렇게 세상에 닿은 목소리는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세계의 주인이 되는 방법은 결국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이 영화를 본 직후의 느낌은 ‘아무 정보도 없이 보라’는 말이 조금은 무책임하게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이 영화가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줄 알았다면, 내가 과연 봤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결국 보길 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덕분에 내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볼 작은 용기가 생겼으니까. 〈세계의 주인〉이라는 영화가 모두에게 부디 새로운 목소리를 낼 작은 용기를 건네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