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주제와 감정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에 실패한 사례를 가까이에서 접하며 자란다. 대중매체는 유명인의 만남과 이별을 광고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가십처럼 소비한다. 누가 누구를 만났고, 왜 헤어졌는지에 대한 추측들.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사람은 스스로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결국 사랑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품게 된다.
사랑은 늘 이야기거리가 되지만, 정작 그 감정 자체는 가볍게 다뤄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사랑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과소평가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전에서 사랑은 ‘다른 사람을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나를 위한 사랑과 사람을 위한 사랑은 전혀 다른 감정이다. 영화를 곱씹으며 나는 ‘타인을 위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상처를 가진 청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속아보자는 자기 최면. 그 호기심이 타인을 향한 사랑으로 변해가는 순간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상처받기 싫어서 닫아두었던 마음이 나도 모르게 열리는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요한이 생일 축하를 받던 장면이 바로 그런 순간처럼 느껴졌다. 사랑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다고 말하던 사람이었는데, 그 순간 바로 눈앞에 사랑이 있었다. 영화가 끝난 지금도 그때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타인을 향한 사랑은 추운 서리가 걷히고 봄이 오는 것처럼 한 사람의 계절을 바꿀 힘을 가진다. 그리고 그 힘은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 깊은 연대를 만든다. 우리가 상처를 품고도 다시 사랑에 속는 셈 치며 뛰어드는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