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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 Jun 29. 2024

가족

나에게는 소중한 가족들이 있다. 원가족으로는 아빠, 엄마, 언니, 남동생, 강아지 지우개로 이루어진 가족들이다. 내가 선택한 나의 가족으로는 남편, 강아지 달콤이. 나무랄 데 없는 행복한 가족들이다. 우리 가족은 3년 전 결혼한 언니, 뒤이어 내가 결혼하며 기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행복한 가족이다.  

   

이렇게 가부장제의 모습을 답습한 가족을 ‘정상가족’이라 부른다. 대부분의 가정이 이렇게 정상가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과연 한국에는 이런 정상가족만 존재할까?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아이를 낳는 이런 가족 말이다. 답은 아니다. 결단코 아니다. 이혼 가정, 비혼모 가정, 한부모 가정, 입양 가정 등등 수많은 가족의 형태가 존재한다.      


초등학생 때 나를 학교 뒤편으로 부른 친구가 있었다. 너를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서 말하는 건데, 사실 우리 엄마 아빠는 이혼했어.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친구를 말없이 안아주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많이 어린 나이였다. 그 친구는 왜 나에게 그토록 무겁게 생각하는 비밀을 말해줬을까. 아니, 왜 그 고민을 무겁게 여겼을까. 이혼이라는 것이, 정상가족이 아니라는 생각에 슬펐던 것일까. 그 ‘정상가족’이라는 것이 뭐길래 그 어린 초등학생이 눈물을 뚝뚝 흘리도록 만든 것일까.

     

다양한 가족의 형태의 예로, 한국에서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한 김규진씨가 아기 라니를 낳았다. 해외에서 혼인신고 한 김규진씨 부부는 벨기에에서 정자기증을 받아 아이를 임신하고, 한국에서 출산했다. 한국에서는 동성혼 법제화가 이뤄지지 못해 라니는 한부모 가정의 아이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유치원에서도, 병원에서도, 아니 한국에서 신혼부부의 아이로서의 법적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트위터의 어떤 레즈비언 부부는 정자기증을 받아 한명이 아이를 출산하고, 다른 한명이 둘째를 출산했다고 한다. 이들 또한 한국에서 살고 있고, 두 한부모 가정이 결합한 형태로 사실혼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있다.   

   

내가 임시보호 하던 강아지는 캐나다로 입양을 갔다. 그곳의 부부는 레즈비언 부부이고, 엄마들에게 크나큰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그들 또한 행복한 가족이다.      


유투브의 망원댁이라는 채널에 들어가 보면, 10년차 게이 커플이 정장을 입고 스냅촬영을 하기도 하고, 말 그대로 ‘부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혼인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가족도 있다. 그럼 이들은 가족이 아닐까? 반려동물 또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이들도 하나의 가족의 형태를 띄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아니라면 다른 말로 설명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지만 이 아이를 내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 해 본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 이런 가족들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 레즈비언 부부, 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아니면 속된말로 비정상 가족?      


내가 생각하는 답은 앞에 수식어를 전혀 붙이지 않은, 그저 가족이다. 이들도 평범한 가족이고, ‘정상’과 ‘평범’의 범주를 넓혀 이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의 부부, 가족이라고 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상의 범위가 아주, 아주 넓어졌으면 한다. 모든 가정을 가족이라고 아우를 수 있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상가족’의 형태를 띄지 않은 가족들을 타자화 하지 않고, 나의 이웃, 나의 옆집, 나의 친구들, 나의 동료 시민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더욱 더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어떤 한 가족이 특수한 케이스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사람들이 손가락질 받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많은 형태의 가족이 존중받고 수용받는 사회기 되길 바란다. 이 존중과 수용은 결국 누군가에게 희망과 사랑을 불어넣어주는 힘이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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