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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킴 Jan 07. 2023

독감 끝에 코로나 온다더니.

뫼비우스의 띠라도 되는 건가.

상상이었을 뿐이었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더라 하는. 살면서 나를 당황하게 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딱 '황당하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좀 더 솔직하자면 '젠장젠장젠장젠자아아아앙'

믿지 않는 신을 원망하고 싶다. 아니 믿지 않아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그저 가능성에서 끝났어야지.

오, 하나님 부처님 하늘이시여!







크리스마스 즈음에 독감이 우리 집을 한 바퀴 훑고 지나갔다. 세 아이가 차례차례 독감에 걸렸다. 열은 꼭 밤중에 시작한다. 그렇게 응급실만 4번을 갔다. 초6인 큰아이는 아파도 아픈 줄 모르는 아이인데, "이번에 좀 아프다"라고 했다. 둘째는 4월에 걸렸던 코로나보다 아프다고 했고, 막내는 40도가 넘는 고열에 며칠을 고생했다. 이제야 겨우겨우 생활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 듯했는데, 뫼비우스의 띠 라도 되는 건가. 다시 코로나다.


저녁 즈음. 아이가 춥다고 했다. 이상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모른척했다. 설마 했다. 설마는 꼭 사람을 잡는 법이다. 일단 평소보다 일찍 재웠다. 뭐가 불편한지 계속 뒤척인다. 몸이 뜨겁다. 열을 재니 38.2도가 나온다. 일단 열이 나면 아이가 있는 집은 비상체제로 돌입이다. 5분 후. 다시 열을 재니 정상이다. 뜨거웠던 몸도 적당히 식었다. 그래 그렇지 아니지 제발 아니기를 바라며 아이 옆에 누워 기도 같은 주문을 외운다. 우리 튼튼이 좋은 꿈 꾸고 건강하게 잘 자라라 괜찮다 괜찮다 모두 괜찮다

다시 5분 후. 체온은 다시 38도가 넘어간다. 이상하다. 짧은 시간에 열이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처음 본다. 아이를 깨워 코로나검사를 했다. 12시가 넘은 밤. 제발요.. 여지없이 코로나다. 아이는 불편하게 자느니 일어나서 책을 읽겠다고 한다.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2주 전 독감 때보다는 나아 보인다.



그래 코로나야, 네가 양심이 있으면 적당히 하고 나가줘야지.
 애들 좀 그만 고생시키고. 그 정도 했으면 됐잖아.


지난봄에 코로나에 걸렸을 때는 다행히도 엄마인 내가 마지막에 걸려서 오히려 고맙기도 했다. 아이들이 나을 무렵이라서 맘껏 아플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이름만 바꿔서 이렇게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건뭐 상도덕이 없어도 유분수지.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광고 카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나는 그 카피가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어떻게 조심하냐고, 오는 감기를 어찌 막냐고.

이번에도 결국은 차례로 다 걸려야 끝이 나겠지. 코로나엔 장사 없다.

다 각오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너무 아플 땐, 제발 내가 다 아프게 해달라고 어디로든 기도해 본다. 그러자 막내가 말한다. "안돼 절대 엄마는 아프면 안 돼~ 그럼 엄마는 누가 돌봐줘 내가 다 아플 거야" 이 와중에 스위트한 막내가 이쁘고 대견하다. 이봐, 아들 셋도 낭만이 있다니까.

하나님이 바빠서 엄마를 보냈다지 않던가? 다시 힘내고 추스르고 잘 견뎌내게 하는 것이 나의 할 일이다. 부정하고 싶은 코로나를 확 인정해 버리고, 내일 아침에 먹을 닭곰탕을 끓이자. 으슬으슬 감기가 오려할 때 우리 집 특효약은 닭곰탕이다. 든든히 먹여서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해 줘야지. 모든 일은 다 지나간다. 그래 곧 지나간다. 그래도 다신 보지 말자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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