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쓰레드, 링크드인, 브런치, 페이스북 등 SNS를 둘러보면서 느끼는 게 있다. 인스타그램은 대도시 같아서, 떴다 사라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가장 북적이면서도, 비공개 계정도 많아 익명성도 있다. 우연히 새로운 사람들을 마주칠 가능성도 높고, 여러모로 각자 관심사에 몰두한 개인 단위의 사람들로 가득한 느낌이다.
쓰레드는 광장 같다. 마치 광장에 모인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려 최선을 다해 확성기에 대고 소리치는 상인들이 가득한 느낌이다. 저마다 자기 이야기가 제일 흥미롭고, 재밌고, 유의미하다고 소리친다. 사람들은 여기 몰렸다 저기 몰렸다 하고, 어느 한 곳에 진득하게 모이진 않는다.
링크드인은 여의도 같다. 예의 바르고 서로에 대한 거리를 인정하는 직장인들이 너무 사적인 이야기 없이, 각자 커리어 등에 대해 깔끔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필요한 정보들 위주로 효율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게, 전부 양복 입고 투명창 회의실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타자기를 두들기고 있을 것 같다. 여러모로 가장 깔끔한 공간이다.
브런치는 절간 같다. 각자 퇴사를 했건, 이혼을 했건, 백수건, 여행을 다녀왔건, 혼자 절간에 앉아서 저마다 내면의 이야기를 파내려가는 느낌을 준다. 왁자지껄함이 별로 없고, 그저 담담히 각자 글을 쓰며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각자 쓴 자기에게 쓴 편지를 서로 돌려보며 울어주는 명상 프로그램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러모로 가장 글다운 글은 많은 공간이다.
페이스북은 마을 같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 웅성웅성 하는 느낌이고, 페이스북 바깥에서는 아무도 모르는데 페이스북 안에서만 도는 소문이나 이슈가 상당히 많다. 그러면 사람들은 또 그냥 지나치지 않고 몰려가서 다들 한 마디씩 얹는다. 대략 남의 집 숟가락 몇 개인지 궁금해하던 시절의 정서가 남아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주제들도 과거 동네 술자리에서 많이 이루어지던 사회 문제, 정치 문제 등이 가장 활발하게 이야기되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굳이 꼽자면 '페이스북 출신'이다. 애초에 <분노사회> 같은 걸 쓴 입장이기도 하고, 페이스북에 쓴 여러 글들로 사회비평서도 제법 출간했다. 그런데 페이스북 마을 내에서 웅성웅성하는 이야기나 사람에는 좀처럼 관심이 많이 가지 않는 걸 보면, 본성은 다른 쪽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쩌다 보니 마을에서 태어났고, 마을이 여전히 가장 편안해서, 그냥 마을 구석에 절간 짓고 혼자 아무 말이나 하고 있는 편에 가깝지 않나 싶다.
요즘은 다른 플랫폼에도 관심을 많이 넓혀가고 있는데, 굳이 꼽자면 인스타그램과 링크드인에 글쓰는 일도 나쁘지 않게 느낀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확실히 낯설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이게 글쓰는 사람에게는 고인물에 갇히지 않고 세계를 확장해가는 감각의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게 느껴진다. 주로 혼자 일하는 일이 많다 보니, 링크드인처럼 '사회인들'의 에토스와 한 면 접촉하고 있는 느낌도 좋다. 브런치에도 꾸준히 편안하게 글을 올린다.
아무튼, 사람들이 다양한 공간에서 저마다에게 맞는 분위기를 찾아 각기 다른 스타일을 형성하고 있는 게 흥미롭다. 작가라면 모름지기 이런 세계들을 두루 여행해보는 게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