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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Aug 16. 2024

돈과 함께 무엇을 더 갖고 싶나요

나의 지인 한 명은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가 제목이 잘못되었다고 했다. 너무 '정지우 같은' 제목이라며, 잘 팔릴려면 제목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제목은 <돈과 함께 무엇을 더 갖고 싶나요>였다. 사람들은 돈을 좋아하기 때문이 '돈 말고'라고 해버리는 순간 관심이 꺼진다는 것이고, 돈과 함께 가질 것이라고 해야하는데, '갖고 있는가'라는 어미가 너무 진지하므로 친절하게 바꾸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랑 무척 친한 지인이고 농담 삼아 한 이야기이긴 하다.


사실, 이 책은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돈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돈은 어찌 보면, 이 각자도생 사회에서 나와 가족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고, 여러 좋은 경험들을 수월하게 해주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 동의하다 보니, 우리 시대 '돈'과 관련한 콘텐츠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일테다. 수많은 콘텐츠들이 '자기 말'만 들으면 자동으로 손쉽게 떼돈을 벌 수 있다며 유혹한다.


내가 저항하려는 게 있다면, '돈' 자체 보다는 돈을 비롯해 인생 전반을 둘러싼 어떤 태도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대박으로 쉽게 돈 벌고 쉽게 천국에서 살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자동으로 돈 들어오는 신처럼 사는 내가 부럽지 않느냐. 나의 리딩방에 들어와 내 통찰력의 수혜를 입으면 1년 안에 수익 2배는 뚝딱이다. 당신만 멍청하게, 지리멸렬하게, 어리석게 노동하는 개미처럼 살고 있을 뿐, 영원한 배짱이들의 천국이 여기 있다. 인생에는 쉬운 길이 있는데, 당신만 몰라서 바보 같이 산다. ─ 내가 어떻게든 싸워야 한다고 믿는 건 바로 이런 태도들이다.


삶이란 자기 내면의 무언가를 믿으며 나아가지 않으면, 버티지 못한다. 돈처럼 계량하기 좋은 가치로 서로 비교하고, 자기의 존재 가치를 따지다 보면, 반드시 상대적 박탈감이나 시기질투의 절망의 늪에 빠질 날이 온다. '돈'은 중요하지만, 삶에서 더 중요한 건 돈 보다 더 넓은 자리에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나'의 가치관으로 꽉 찬, 나의 세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기존에 돈만 강조하는 콘텐츠들은 개개인의 세계, 개개인이 만들어야 하만 자기만의 세계를 추풍낙엽처럼 날려 버린다. 대신 돈으로 모든 걸 환원한다.


돈을 적당히 추구하면서도, 돈이 아닌 가치까지 챙기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자본주의이자 각자도생의 시대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모두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 시대는 돈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그밖의 가치가 얼마나 '생존가치'로서 절대적으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점점 덜 이야기한다. 그랬기에 <돈 말고>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실은 <돈과 함께>일지라도, 세상의 맥락에서 채택되어야만 하는 명제랄 게 있다. 우리 시대에 채택되어야 하는 명제는 <돈 말고>이다.


아무튼, 내 생각에도 <돈 말고>를 강조한 책이 대단한 인기를 얻어 큰 돈을 벌어줄 거라고는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이 조금이라도 퍼져 나가면서, 말하자면, 가깝고 먼 삶의 동료들을 얻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 책을 읽을 당신을 응원하고, 또 당신의 응원을 받으며, 우리가 믿는 가치가 믿을 만한 것이라는 그 연대의 마음을 키워나가고 싶다. 내게 책이란 늘 그런 것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계량되는 사회에서, 그렇게 환원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실을 계속 자아내며 이어가는 일이, 책 쓰기이고, 글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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