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청소년들에게 파멸적인 영향을 준다.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확장된 2010년 이후, 10대의 주요 우울증 비율은 150% 가량 증가했고, 대학생 정신질환 중 불안이 134%, 우울증이 106%, ADHD가 72% 증가했으며, 응급실 방문 자해 청소년 환자 수가 특히 여자아이의 경우 188% 증가했다. 어린 청소년의 자살율도 여자아이가 167%, 남자이가 91% 증가했다.
이 내용은 그의 책 <불안세대>에 나오는 것으로, 여러 논증과 전 세계의 연구를 통해 스마트폰 및 소셜미디어의 보급과 위 현상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그야말로 현대판 디스토피아의 중심에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법적으로 고등학생이 되기 전 스마트폰 금지, 16세 이전 소셜미디어 금지,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 금지 등을 매우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는 특히 이 현상에 대해 이렇게 단언한다. 빅테크 등 "중독성 기술 설계자들이 아이들을 가상 세계로 유인"하고, "젊은이의 사회성 발달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우리의 심리를 해킹했다.” 여기에는 성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부모 중 17%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스마트폰 때문에 자주 한눈을 판다고 보고했고, 52%는 가끔 한눈을 판다고 보고했다." 결론적으로 "스마트폰은 부모와 아이 사이의 유대를 방해하는 데 독보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나도 매일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스마트폰이 주는 여러 혜택들을 매우 즐겁게 이용한다. 편의성에 있어서 인류가 만들어낸 기술 중 독보적이기도 하고, 특히 사람들 간의 연결에서 여러 긍정적 피드백들을 만들어낸다. 나도 SNS에 글을 쓰는 걸 좋아하고, 전자책을 읽기도 하며, 여러 금융 일처리들을 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혜택에 너무 빠져 있다보면, 스마트폰이 주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좀처럼 생각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어른의 입장에서 스마트폰은 중독되더라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점도 있다. 어쨌든 직장 다니며 일은 하는 거고, 스마트폰이 일에 도움되는 점도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과소평가하기 쉽다. 아이들의 세계가 얼마나 예민하고 민감한지 차마 상상하지 못하고, 그냥 아이들이 하루종일 스마트폰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나처럼 '괜찮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나도 매일 유튜브 보는데 뭘, 그러나 그런 속 편한 상식과 다르게, 연구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유독' 아이들에게 더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 속 빅테크 AI 알고리즘, 소셜미디어 속 '좋아요' 도파민 기제들이 인간을 길들이는데, 유독 아이들의 뇌는 성장 중이라 이런 기제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더 쉽게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고, 선망하며, 시기와 우울증, 소외감에 빠진다. 어른들도 어제 찍히던 '좋아요'가 오늘 안 찍히면 실망하는데, 아이들은 그런 작은 충격도 몇 배로 받는다고 생각해보면 짐작할 수 있을 법하다. 어른들도 쇼츠 릴스 중독에서 못 벗어나는데, 그 모든 자극들이 아이들에게 훨씬 강렬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볼 수 있다. 화려한 소비의 전시에 더 취약하고, 혐오와 조롱에도 더 깊이 상처받고, 권위에도 더 쉽게 동조한다. 이 모든 걸 방치하는 건 '마약'에 방치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게 조너선 하이트의 주장이다.
확실히 우리 시대는 이 스마트폰, AI 알고리즘, 소셜미디어라는 화두를 무시할 수 없다. 이 화두는 그냥 장난감에 대한 사소한 화두가 아니라, 전 세계 경제를 이끌고, 증권시장을 뒤흔들며, 증시 전체의 시가총액을 게걸스럽게 삼키고, 한 사회와 문화의 근간에서, 아이들의 목숨줄을 좌지우지하는 우리 시대의 가장 핵심 화두다. 옛날 언젠가 쓰던 '휴대폰'과도 다르고, 닌텐도 같은 '게임기'와도 다르다. 이 화두를 제대로 마주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니, 그러기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 문제가 북핵이나 관세, 정치인 구속 문제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