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AI 때문인지, 고전에 더욱 마음이 끌린다. 고전은 일종의 AI 청정 구역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작가의 의도나 입장을 생각하며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세심하게 읽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것들이 AI로 대충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아는 순간, 마음이 짜게 식어 버린다. 그래서인지 온 마음과 인생과 경험을 다하여 한 단어, 한 문장을 자아냈다고 믿을 수 있는 글들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아무래도 작가에 대한 신뢰가 아주 깊거나, AI 발전 이전에 쓰인 글들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 물론, AI로 쓰인 글이라고 마냥 나쁜 건 아니고, 지식이나 정보 전달 위주의 글은 AI건 뭐건 아무래도 상관없긴 하다. 다만, 한 인간의 진심어린 감정과 통찰, 삶의 경험과 지혜를 듣고 싶을 때는, 아무래도 그런 AI 생성물들을 걸러내야 할 과제가 주어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고전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쓰기와 읽기는 사실 오랫동안 묘한 '불균형' 아래 지탱되어 온 문화다. 쓰는 사람이 한 장 쓰는 데 10시간이 걸리더라도, 읽는 사람은 1분이면 읽어낸다. 이 불균형이 사실 '읽는 사람'에게는 '글'에 대한 묘하게 무겁고 진중한 태도를 만들어준다. 쓰는 사람이 오랫동안 연마했을 글쓰기, 그의 전 인생을 통틀어 쌓아왔을 사유와 성찰, 거듭하여 단어 하나를 고르기 위해 고쳤을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글을 더 값지게 대하게 된다. 나 역시 바로 그런 독자였다.
요즘에는 특히 SNS나 온라인 상의 글들은 거의 스킵하듯 빠르게 읽어내린다. 상당수가 AI 생성물인 것도 있고, 아무래도 단어 하나하나의 진심을 온전히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가 진지하게 믿고 읽는 글들은 기존부터 오랫동안 좋은 글을 써왔던 이들의 글들이다. 그런 이들의 글은 그 사람이 적어냈을 이 단어 하나하나의 마음을 상상하며 찬찬히 읽어내려가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에서 몇 초만에 생성해서 올려놨을 글을 진심으로 읽어내리긴 어렵다.
최근에는 계절의 여왕이 올 때쯤 출간할 고전에 대한 책을 부지런히 교정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고전의 문장들을 보고 또 다시 볼수록, 역시 나는 고전을 좋아하는구나, 매순간 깨닫는다. 고전의 모든 단어와 문장들에 안심한 채 진심으로 감탄하고, 고전 속에 있는 작가를 상상하며, 그가 펜을 움직이고 있는 방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떠올린다. 그 순간 나는 그 고전의 저자를 정말로 곁에서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기분을 느낀다. 이 고전에 대한 애착이 아마 남은 인생동안 더 깊어지지 않을까 싶다.
마치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들의 시대에 직접 내린 핸드드림 커피나 수제 공예품을 찾듯, 나도 '순수공예 글들'을 찾고 있다. 이러다 골동품 모으는 사람처럼 될란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도 꽤나 좋은 취미라 생각한다. AI로 생성한 글은 내가 평소에 AI와 대화하며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람의 손떼 묻은, 사람의 마음이 단긴 '진짜의 것들'을 찾는 건, 아마도 인간의 본성에 가까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