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서 가장 되고 싶은 건 작가였다. 될 수 있는지는 둘째치더라도, 아이돌이나 연예인, 가수, 스포츠스타, 세계 최고의 부자보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내게 작가란, 내가 원하는 세계를 마음껏 상상하고 창조하는 사람이었다. 작가 다음으로는, 될 수 있다면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었다. 역시 나의 세계를 마음껏,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형상으로 창조하고 싶어서였다.
요즘 들어서는, 그 욕망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가령, 지금 나에게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해보자. 하나는 엄청나게 유명한 인플루언서나 유튜버가 되어 떼돈을 벌면서 인기를 누리는 삶이다. 다른 하나는 로펌을 차린 개업 변호사가 되어 사건을 쓸어담고 역시 많은 돈을 벌며 바쁘게 사는 삶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진실로 쓰고 싶은 글을 쓰며, 내가 바라는 세계와 진실에 천착하면서, 적당히 생활 가능한 수준을 이어가는 작가의 삶이다.
사실, 살아가다 보면 단순한 돈이나 인기 같은 것을 자동기계처럼 갈망하게 될 때가 있다. 내가 좀 더 돈이 많았더라면, 좀 더 인기가 많았더라면, 하고 나도 모르게 아쉬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요한 시간에,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원하는 삶은 역시 다른 삶이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싶었고, 아직도 더 많이 읽고 쓰고 싶다. 다른 것으로 인해 그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은 내게 좋은 삶이 아닐 것 같다.
물론, 내가 처음 작가를 꿈꾸었던 열다섯 살 때 쓰고 싶었던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니다. 그 때는 만화 <원피스>나 소설 <반지의 제왕>이나 뭐 그런 걸 쓰고 싶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쓰고 싶은 것도 조금씩 달라져왔고, 다양해져왔고, 폭넓어져왔다. 나는 내가 가장 쓰고 싶은 것들을 그 시절에 알맞게 써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어느 정도는 그래왔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더 그러고 싶다.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모든 갈망들을 꺼내어 쓰는 삶을 살고 싶다.
최근에 출간한 두 권의 책을 보면서도, 나의 그런 갈망을 어느 정도 거울처럼 들여다보게 된다. 하나는 내 인생의 공부들에 대해 이야기한 <공부가 좋아서>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글쓰기를 정리해낸 <오늘의 나를 쓰는 시간>이다. 이 책들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공부들과, 내가 쓰고 싶어서 써낸 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내게는 마치 인생의 발판처럼 느껴진다. 나의 공부, 나의 글쓰기. 나는 그것들을 딛고 나아갈 것이다.
그러다 내가 시대착오적이어서 덜 유명한 삶을 살거나, 돈을 덜 버는 삶을 산들 후회할까? 더 시대에 맞는 유명해지는 방법을 찾아 지금의 삶을 포기했어야 하는데, 더 돈 버는 방법을 택해서 덜 읽고 덜 썼어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게 될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나는 나의 우선순위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아직 읽고 쓰고 싶은 게 많다. 그것이 내게 가장 본질적인 갈망이다. 나는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물론, 삶을 위한 여러 타협들을 필요하지만, 그 본질은 지키고 싶다. 그 본질에 대한 마음을 지킴으로써, 수험생이 되건, 자격증을 따건, 직장을 다니거나 아니건, 그 모든 겉면과 무관하게 나는 나로서 살게 된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