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소비, 저축에 관하여

by 정지우

요즘 들어, "근육은 적금이다."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운동을 하는데, 운동을 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린다. 적금처럼 들어둔 근육은 아주 조금씩 쌓여서, 나중에 나를 지탱해줄 것이다. 근육이 없다면, 등은 점점 더 굽어지고, 허리 펴기도 힘들고, 걷는 것도 부담스러워질 것이다. 그러나 적금들듯이 근육을 몸에 들여 놓으면, 왠지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게 세상을 거닐고 여행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은퇴쯤에는 목수처럼 나무 깎는 장인도 되고, 전국 산을 다니며 등산도 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는 게, 인생에는 대략 세 가지 태도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저축, 소비, 생산이다. 하루하루를 적금처럼 생각해서 무엇이든 저축한다는 마인드로 살아갈 수도 있다. 책을 읽고, 문장을 기록해두면, 언젠가 그 문장을 인용할 일이 생긴다. 주변이나 세상에 좋은 일을 조금씩 해두면, 언젠가 그 일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은 아주 조금씩이지만 쌓아가는 적금, 저축이다.

반면, 소비적인 태도도 있다. 하루를 그냥 소비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대인은 1년에 2000시간 정도는 스마트폰을 본다고 한다. 걔중에는 필요한 시간도 많겠지만, 쓸모없이 보는 시간도 많을 것이다. 작년에 본 쇼츠나 릴스 중에 쓸만하게 남은 게 무엇 있나 생각해보면, 역시 떠올릴 게 많지 않다. 이런 건 소비고, 소모다. 소비가 주는 스트레스 해소, 쾌락, 즐거움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삶에 그 비중이 너무 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다음에는, 생산이 있다. 생산은 적금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내 기준에서 적금이 비축의 개념이라면, 생산은 창조성과 관련이 있다. 삶을 생산하기.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창조하기. 내가 지금껏 근육을 쌓은 목적이 있따면, 세상을 더 힘차게 거닐기 위해서다. 지금껏 쌓은 독서력이 있다면, 이것은 깊고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해서다. 생산은 미묘하게 저축과는 다르다.

소비의 쾌락을 완전히 없앨 필요는 없지만, 삶에 저축과 생산의 비중을 늘여가면, 그 삶은 점점 더 좋은 삶이 되어가는 듯하다. 꾸준하게 적금하듯 운동하고 책을 읽으면, 소비의 쾌감과는 다르게 조금 더 궁극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더 나은 삶으로 매일 향해가고 있는 듯하고, 단단하게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삶을 잘 쌓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 생산을 더할 수 있다면,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생산, 내가 아니라면 없었을 어떤 생산을 할 수 있다는 게 역시 내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조금은 믿게 한다.

그래서 나는 저축, 소비, 생산이라는 세 축을 기억하되, 저축과 생산의 비중을 높여나가는 삶을 지향한다. 언젠가 죽을 목숨이지만, 그래도 죽기 전까지는, 조금 더 건강하고 단단하게, 의미 있게 살면 좋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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