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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ul 04. 2022

저만 믿으면,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Photo by Alexander Mils on Unsplash


내가 하나 믿지 않는 건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자기가 운영하는 리딩방에만 들어오면 쉽게 큰 돈 벌 수 있다, 자신의 다단계 네트워크에만 들어오면 금방 큰 돈 벌 수 있다, 나만 믿고 투자하면 금방 부자가 될 수 있다, 그걸 모르는 당신이 너무 안타깝다, 나는 너무 쉽게 부자가 되었다, 이런 말은 목에 칼이 들어올 때까지 경계해야 한다고 믿는다. 


오히려 나는 큰 돈을 번 사람들이 "돈버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야기할 때 훨씬 신뢰가 간다. 돈을 우습게 보지 말라, 인생을 쉽게 생각하지 말라, 큰 돈에는 그만큼의 위험이 따른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배울 것이 있다고 믿는다. 요즘에는 흔히 '꼰대'라고 할 법한 사람들의 말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인생과 돈벌이의 어려움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이들에게서 더 많은 걸 얻는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가기 마련이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 말이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 나라 지난 5년간 사기 범죄 발생건수는 약 100만건, 피해금액은 약 120조, 검거된 인원만 약 140만명이라고 한다. 사기 범죄수 뿐만 아니라 전체 범죄 중 사기 범죄율이 매년 급증했고, OECD 사기 범죄율 1위 국가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해서 '사기 공화국'이라고 단정짓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사기 사건이 판치고 있는 건 자명해 보인다. 그리고 사기 범죄의 피해자도 대부분이 경제적 취약 계층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코인을 둘러싼 사기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피해 규모만 조 단위에 피해자만 수만명이 얽힌 사건도 있고, 리딩방 사기는 너무 흔해서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이런 사기들은 대부분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에서 시작된다.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 '폰지사기'는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지만, 유달리 우리 나라에서 더 쉽게 먹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나만 따르면 너무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 이런 말이 성행하는 사회는 그만큼 사람들이 그런 말을 믿는 사회이다. 아무도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면, 그런 말들이 그렇게 온 사방에서 떠들썩할 리가 없다. 달리 말하면, 온 주변에서 벼락부자나 벼락거지들이 수시로 출몰하는 세상이고, 너무나 촘촘하게 얽혀 있어 상대적 박탈감을 너무 느끼기 쉬운 사회이며, 그냥 올곧게 살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말들과 비교와 서열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사실, 위험이나 몰락이 더 많지만 기회나 대박이 더 많은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되는 사회이기도 하다. 


이런 세상을 살고 있고, 그래서 나도 '쉬운 길'에 대한 유혹을 안 느껴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껏 내가 믿는 것은 '꾸준함' 하나이다. 하나를 더 하자면, '어려움'이다. 나는 꾸준함과 어려움만을 믿는다. 무언가를 꾸준하게 계속하여 이어가면 그로부터 내 인생의 기반, 마음의 뿌리, 삶의 태도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중대한 선택이 있을 때, 쉬운 길이 아니라 어려운 길을 택하며 더 꿋꿋한 걸음을 익혀간다면, 그 길이 내게 맞는 길이라 믿는다. 그게 청춘을 통과하면서, 내가 얻은 내 인생의 지혜, 내가 믿는 나의 태도가 되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내 주변에도 그렇게 '쉬운 돈벌이'나 '대박' 같은 걸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있는 사람은 다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다. 도전이나 삶의 어려움, 지금의 길을 이어나가는 것의 꿋꿋함, 또 다른 길을 걸어나가는 일의 괴로움, 치열함, 그러나 포기하지 않음, 그러면서도 삶을 사랑하는 일이나 기억의 방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만이 내 곁에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과는 서로 사기를 칠 여지도 없고, 있는 것이라면, 그저 담담히 서로를 지켜보며 응원하는 일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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