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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ul 07. 2022

책 읽기를 추앙하다

Photo by Thought Catalog on Unsplash


요즘 나는 왠지 책 읽기에 대해 추앙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 주의력 결핍의 시대, 지하철에서부터 길거리까지 모두가 스마트폰을 초 단위로 만지작거리고, 집중력 장애를 호소하며, 끊임없이 방해받으며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시대에, 책 읽기는 마치 그 모든 것의 '치유책'처럼도 느껴진다. 인류를 구원할 것은 서너시간 진득이 앉아서 차 한잔 마시며 하는 '책 읽기'의 시간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휴대폰 중독이다. 인터넷 뉴스, 잡다한 정보들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SNS, 이메일, 카카오톡 창 같은 것들을 수시로 보기 위해 휴대폰을 들었다 내려놓았다 한다. 내가 그로부터 구원받는 시간은 거의 몇 가지로 정해져 있다. 아이랑 뛰어놀 때, 아내랑 공원 산책할 때, 혼자 책 읽을 때 정도이다. 특히, 책을 읽는 동안은 확실히 마음이 치료받는 느낌이 든다. 고요하고, 단단하고, 안정감 있고, 집중한다는 느낌이 거의 유일무이하다. 


지하철에서는 거의 매일 책을 읽는다. 사실 사방에 몸이 끼인 채로 서있다 보면, 할 수 있는 건 간신히 치켜 든 휴대폰을 보는 일 뿐인데, 필사적으로 휴대폰 속 전자책을 읽는다. 그럴 땐, 전자책이 확실히 유용하긴 하고, 그렇게 지하철에서 읽어낸 책들로 거의 한 해가 정리되듯 그려질 때가 있다. 내 정신세계를 지배하며 나를 이끌어준 게 그렇게 해낸 책 읽기라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그보다 더 좋은 독서 시간은 아이가 잠든 후의 몇 시간인데, 이 시간은 넷플릭스가 빼앗아갈 때도 있다. 


나는 책으로부터 거의 모든 걸 얻어 왔다. 스무살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거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내가 읽은 책들에 관해 어떤 식으로든 글을 썼다. 그냥 거의 그 일만 한 것 같기도 하다. 수험생활조차 법학 교과서를 한 번 읽은 다음에는 그냥 전부 새로 써서 정리하는 게 공부법이었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인간을 대하는 방식, 일을 하기 위한 기술, 그 모든 걸 읽고 쓰면서 배웠다. 그냥 그게 내 인생의 거의 전부다. 


그래서 지금도, 그렇게 읽고 쓰는 일이 나를 지켜준다고 느끼곤 한다. 생각하길,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 무엇이 내 삶을 앗아가든,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30년 뒤에도 계속 읽고 쓰고 있으면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묘한 믿음이 들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나는 책 읽기를 이미 추앙하는 일을 삶으로 살아내며 해왔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다. 그에 더불어 쓰는 일도 하고 말이다. 읽기가 나를 지켜준다. 읽기는 보호막이고 성벽이다. 쓰기는 또 거기에 점토를 바른다. 쓰기가 또 다시 거기에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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