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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ul 15. 2022

변호사가 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화를 본 주변 변호사들이 하나같이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한다. 나도 그랬던 것이, 살인죄 무죄 주장을 해야만 하는 이유에서 가족법이 등장할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드라마에도 나오는 것처럼, 살인의 고의를 부정하는 거야 주장해볼 법한 일이지만 그 이유가 '의뢰인의 장래 생계'라는 점에 더해 민법상 상속인 결격사유 문제까지 이어질 거라곤 좀처럼 생각하기 쉽지 않다. 


사실, 그 정도까지 생각한다는 건 단순히 눈 앞의 사건에만 집중하는 걸 넘어서, 정말로 의뢰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한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대개 나 같은 경우는, 주변 지인들이 법적인 문제에 휘말려 물어볼 때면, 그의 삶 전반에 대해 고민하는 마음으로 '사건 이상'의 것에까지 함께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변호사란 주어진 사건만이라도 잘 해결하는 게 중요하지, 타인의 인생 전체를 한도 끝도 없이 책임지는 사람은 아니다 보니, 고민을 무한정 확장시키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물론, 그럼에도 많은 변호사들이 의뢰인과 함께 다양한 해결책을 고민하기도 한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도 민사적으로 대응할지, 형사적으로 대응할지, 행정소송으로 대응할지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아예 소송 보다는 합의를 권유하기도 한다. 이혼의 과정을 다룬 영화 <결혼 이야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변호사들이 나온다. 무조건 상대의 치부를 끝까지 파고들어 피터지게 싸우는 걸 잘하는 변호사도 나오지만, 적당한 수준에서의 합의를 권유하는 변호사도 있다. 돈은 전자가 압도적으로 잘 벌지만, 타인의 삶을 더 생각하는 건 후자인 것처럼 영화에서 그려지기도 한다. 


모든 일이라는 게 하다보면, 결국 시간을 써서 돈을 버는 노동이라고 스스로도 단순화하는 게 편해지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 일이라는 것도 다르지 않아서, 대개는 그저 기술적으로 일을 잘 쳐내는 게 중요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때로 나는 대개 '법'을 찾는 사람들이란, 거의 최후에 가까운 지점에서 절박하고 간절한 심정으로, 인생과 목숨 전체가 걸렸다고 믿으며 내 앞에 서있다는 사실을 느끼곤 한다. 그럴 때면, 일도 일이지만, 그 이상에 관해서도 마음이 닿아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물론, 어느 영역이든 프로란 흔들리지 않고 그저 정확하게 자기의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에 너무 마음이 휘둘리거나 해서는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화에 나왔던 그런 고민과 발상은 프로페셔녈한 일의 스킬만으로는 분명 닿을 수 없는 어떤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게 더 유능한 변호사가 되게 하거나, 더 많은 돈을 벌게 하는 것과도 다를지 모른다. 그래도 그 순간은, 드라마 속 인물이지만 어떤 존경심을 품게 되었다. 


나도 역삼역에서 우영우처럼 변호사 일을 시작했고, 흥미롭게도 우영우가 처음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은 11월 17일은 내 생일이기도 하다. 어릴 적, 꽤 오랫동안 어머니는 나의 자폐 증세를 의심하고 병원 상담을 받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묘한 동질감도 느끼면서 흥미롭게 드라마를 조금씩 챙겨보고 있다. 변호사가 드라마를 통해 변호사 일을 배운다는 건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대하는 일이나 진심에 관해서는 여러모로 다시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는 이 드라마가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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