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우 Jul 21. 202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사랑받는 세가지 이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특성은 몇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하나는 능력주의의 정점에 이른 존재라는 점, 또 하나는 그럼에도 결핍으로서의 장애가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착하다는 점이다. 즉, 이 세 가지 특성이 결합되면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어떤 존재가 완성되는 것 같다. 


능력주의의 끝판왕으로 '갓생' 살면서, 시기심이나 상대적 박탈감만을 주지 않는 '결핍'이 있고, 동시에 안심하고 추앙할 수 있는 '착함'을 지녔다. 이 중 하나의 요소라도 빠졌더라면, 우영우가 그렇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지는 못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하나하나의 요소는 우리 시대의 핵심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먼저,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에 연봉 1억이 넘는 대형로펌에 입사한 능력주의의 끝판왕이다. 최근 청년 세대는 이렇게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된 이들을 '갓생' 산다면서 부러워하고 적극적으로 닮고자 한다. 한때 '노오력'이라고 말하며 '노력' 자체를 거부하는 듯했던 기류는 잠잠해지고, 오히려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나태함을 자책하면서 노력하고 최고가 되어 '경제적 자유'를 얻고자 하는 열망과 동경이 우영우의 첫번째 특성에 반영되어 있다. 


두번째는, 그럼에도 우영우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우영우가 아무리 능력주의의 끝판왕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에게서 큰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는 흔히 말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고, 이는 그가 아무리 대단해져도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보호막 같은 게 되어준다. 달리 말하면, 이 결핍의 지점은 아무리 우영우가 우월한 존재가 되어도 완전한 우월함은 지닐 수 없다는 편견과 비교의식에 뿌리내리고 있다. 그는 시기심보다는 대견함을 불러일으킨다. 


세번째로, 우영우는 착하다. 달리 말하면, 인성이 좋다. 샐럽들 상당수가 '인성 문제'로 몰락하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명목상의 인성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반면, 우리 나라는 사기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안심하고 주위에 믿을 수 있는 '착함'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드문지, 사람들이 그런 착함과 믿음을 얼마나 갈망할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우영우는 동경의 대상이자, 안심의 대상이고, 믿음의 대상이 된다. 우리 시대는 온갖 선망과 동경으로 얼룩져 있으면서도, 나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지 않는 그 누군가를 원하고, 그러면서도 바로 그 대상을 믿을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시대이다. 우영우는 그런 시대 한 가운데에서 모든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 같은 판타지로 우뚝 서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존재가 존재할지는 의심스럽다. 이는 모순된 욕망들의 결합에 가깝다. 오히려 우리는 이 가열찬 세 가지 욕망 앞에서 잠시 멈추어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선망과 동경을 멈추고, 상대적 박탈감을 멈추고,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믿고 싶은 마음을 멈추는 자리에서만, 자기 자신의 삶이라는 것도 온전히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세상에는 완전히 동경받을 만한 사람도,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사람도,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런 불완전성을 껴안는 것이 삶의 시작인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변호사가 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