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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아 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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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우 Jan 01. 2022

강아지 입양은 신중하게

1. 투비와의 첫 만남



나도 강아지 데려올래.



파리의 애견샵에서 언니가 노아를 데려오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5년 12월 22일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그 날, 나도 강아지를 데려와야겠다!' 마음을 먹고 애견샵으로 향했다.


지금은 애견샵에서 강아지를 데려오는 방식에 비관적인 입장이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스무 살의 나는, 그곳에서 강아지를 데려오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을 알지 못했다.


유리창 너머로 하얀 솜뭉치들이 굴러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과연 나의 운명의 가족이 될 아이는 누구일까?' 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손바닥 만한 새끼 강아지들이 바글대는 진열장 안을 찬찬히 둘러보니, 구석에서 멍하니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며 유독 움직임이 없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 강아지를 데리고 올 때에는 가장 활발하게 뛰어노는, 건강해 보이는 아이를 데려와야 한다고 했는데 내 눈에 들어온 건, 한눈에 봐도 여려 보이는 보이는 아이였다. 그럼에도 난 그 아이의 천사 같은 눈망울에 빠져 단번에 내 가족이 될 아이라고 확신했다. 마치 장화 신은 고양이를 거부할 수 없는 느낌이었달까.



이렇게 쳐다보는데 안 데려올 수 있나요?


애견샵에서 받은 여권을 보고, 내가 데려오기로 한 아이는 2005년 10월 4일, 벨기에에서 태어나 파리까지 오게 된 것을 알았다. 그녀의 모견은 애견 미용 콘테스트에서도 우승한 저력이 있는 미모의 강아지였다고 하는데 어찌하여 새끼들을 뿔뿔이 흩어 보내야 했던 걸까...


강아지 여권이 있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았다. 투비가 원래 가지고 있던 이름은 무려...‘아라베스크였다. (노아의 원래 이름은 ‘아리스토텔레스’…)


당연히  아라베스크를 아라베스크라고 부를  없었고, 그녀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일기장을 펼쳐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To be’라는 이름을 짓게  나의 의식의 흐름은 대략


‘이 아이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To be healthy.’

‘이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To be happy.'

... 를 따라가다가 ‘그냥 이렇게 살아있기만 해도 좋겠다. To be.’가 되었다.


'Noah’라는 이름은 얼굴에 노아라고 쓰여 있었던 건지 신기하게도 내가 생각했던 이름과 언니가 생각했던 이름이 일치했다. 노아랑 투비는 알고 보니 둘 다 고향이 벨기에였고, 나중에 언니와 나를 따라 자신들의 고향에 함께 가기도 했었다.


 겨울, 하얀 눈꽃송이처럼 아름다운 투비를  손에 감싸 안고 집에 들어오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집에 들어와 살포시 바닥에 발이 닿은 투비는 한동안 어리둥절한 상태로  발자국 내디뎌 보고는 미리 준비해  집안으로  들어가 잠을 자기 시작했다.



Cozy 한 느낌이 들까 하여 가방 안에 방석을 넣어주었다. 애견샵에서 사 온 공을 가지고 놀기에 투비는 너무 작았다.




집에 온 첫날, 언니 무릎 위에서 잠이 든 투비



투비는 처음부터 그리고  오랫동안 낑낑거리지도, 짖지도 않았다. 그래서  동안 나는 투비가 벙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음소거 모드가 자동으로 실행된 투비의 모습은 남들이 보기에 그야말로 인형 같은 모습이어서 친구들은 분명 어딘가에 배터리를 넣는 부분이 있을 거라는 농담을 하기로 했다.






다음 편에서는 어떻게 집에 오자마자 성공적인 배변 훈련을 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 더 많은 사진 보기 ->>>  instagram



다음 편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c9cbd1cebdfc42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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