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첫 번째 경험이 모든 걸 좌우한다.
똥은 어디다 싸요?ㄸ
검은 콩알 세 개, 매력적인 검은 입술.
이 인형 같은 존재에게도 배변 활동이란 게 일어난다. 강아지에게 배변 훈련을 잘 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고 있었다. 특히나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고, 여행을 자주 다녔던 우리는 아이들이 장소가 바뀔 때마다 실수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처음 키워본 것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키웠던 강아지는 개장수가 바구니 안에 새끼 강아지들을 내놓고 팔던 시절, 우리 집에 왔던 '코코'라는 이름의 푸들이었고,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을 전전하다 구름다리를 건넜다.
두 번째 강아지는 부모님의 지인에게서 받아온 믹스견 '보람'이었다. 까만 털에 까만 눈이 매력적이었던 보람이는 정말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 었다. 보람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람이는 눈치껏 모든 일을 해냈다.
세 번째 강아지는 동물병원에서 데려온 요크셔테리어 '전조'였다. (당시 유행하던 중국 드라마 '포청천'에 등장했던 잘생긴 배우 이름에서 따왔다.) 전조는 언니와 내가 유학을 가기 전까지 10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다가 소리 없이 우리 어머니에 의해서 시골로 보내졌다고 하지만, 우리는 개장수에게 보내졌을 거라 짐작하고 있다.
그때의 충격이 커서 앞으로 내가 완전히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절대 반려동물을 데려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러고서 만나게 된 게 노아와 투비다. 그 전에도 강아지들을 키워왔지만 배변 훈련을 제대로 시켜본 적은 없었다. 그랬기에 그 아이들은 종종 예상외의 장소에 실례를 하고는 했었다. 투비와는 배변 훈련만큼은 꼭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밥을 먹고, 물을 충분히 마신 뒤에 내 발가락을 가지고 노는 투비를 계속 관찰했다.
이쯤 되면 신호가 오겠거니 싶을 때 미리 준비해둔 신문지 위에 투비를 올려두었다. (그 당시에 나는 배변패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신문지 냄새를 몇 번 맡아보고는 금세 자리를 뜨는 투비를 몇 번이나 다시 같은 장소로 데리고 왔다.
한참을 기다려도 투비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 정도 같은 일을 반복하고서 드디어 투비가 첫 번째 큰 일을 보았다. 내가 지정해둔 장소에서 큰 일을 본 투비가 얼마나 대견했던지 마치 내가 낳은 아이의 첫 응가를 본 느낌이랄까...
첫 응가는 바로 변기로 내보냈지만, 일을 본 신문지는 그대로 그 자리에 내버려 두었다. 다음에 투비한테 신호가 오면, 투비는 이 전에 자기가 남겨 놓은 냄새를 따라 장소를 찾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두 번째 신호가 왔을 때 집안 이리저리 냄새를 맡고 다니는 투비를 자연스럽게 신문지 쪽으로 유도했더니 바로 안심한 듯이 그곳에서 볼일을 보았다.
배변 훈련이 이렇게 쉬운 거였나? 아니면 투비가 천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그동안 이렇게 한두 시간을 할애해서 아이의 배변 활동을 지켜본 경험 자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에게 가는 길을 알려주고, 스스로 찾아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사실 한 일이 없었다. 물론 그 이후에 투비가 다른 장소에 실례를 한 일이 있었지만, 그때는 투비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던 경우였다.
첫 번째 배변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투비는 16살이 된 지금까지 늘 우리가 정해둔 (배변 패드가 깔려있는) 장소에서만 일을 보는 기특한 할머니로 살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잭 러셀 테리어 '노아'와의 첫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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