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노아와의 첫 만남
노아는 2005년 7월 19일 벨기에에서 태어났다
노아가 투비보다 3개월 오빠인 셈이다. 노아가 왔을 당시, 언니랑 나는 파리에서 따로 지내고 있었다. 강아지를 데려왔다는 말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가 보니 정말 발 밑에 차이는 꼬마 장난감 같은 아이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노아는 어릴 때부터 엄청난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나와의 첫 만남에서도 한창 이빨이 새로 날 때라 그랬는지 보자마자 내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져서 놔주지를 않았다. 그 작은 이빨이 어찌나 힘이 세던지 겨우 떼어내고 나올 수 있었다.
노아 머리 위에는 섬이 하나가 있었다. 얼룩 강아지 얼굴을 한 노아의 머리에는 양쪽 귀에 얼룩이 하나씩, 그리고 한가운데 얼룩이 조그맣게 하나 더 있었는데 우리는 그 점을 '섬'이라고 불렀다.
노아를 만나고 잭 러셀 테리어라는 강아지 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파리에 와서 노아랑 비슷하게 생긴 아이들을 유독 많이 보았던 거 같다. 확실한 건 그 당시 한국에서는 한 번도 노아처럼 생긴 강아지를 본 적이 없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도, 잭 러셀 테리어 종이 흔하지 않아서 때때로 브리더들의 연락을 받고는 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아는 일찌감치 중성화 수술을 마친 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노아랑 투비를 닮은 아가들이 있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잭 러셀 테리어는 영화에서 처음 보았다. 이제 아주 고전 영화가 된, 짐 캐리 주연의 ‘마스크’라는 영화에서였다. 그 영화에서 짐 캐리가 위험에 처했을 때, 그의 반려견인 잭 러셀 테리어 '마일로'가 엄청난 높이로 점프해서 그의 탈출을 도와주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는 ‘어떻게 강아지가 저렇게 높이 점프를 하지? 저건 영화라서 그렇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노아를 만나고 그게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란 것을 알았다.
닥스훈트처럼 다리가 짧은 잭 러셀 테리어는 가공할 만한 점프력을 가지고 있다. 넘치는 에너지와 점프력, (대부분의 테리어들이 가지고 있는) 집념 때문에 사실 ‘악마견’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는 종이다.
노아는 눈에 띄게 빨리 성장했다. 아기 때는 축 쳐져있던 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쫑긋 서게 되고, 짧았던 주둥이가 점점 앞으로 나와 한층 더 잘생긴 얼굴로 변모하게 되었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한 파리 생활이 쉽지 만은 않았다. 생활뿐 아니라, 투비는 집에 온 지 며칠 안돼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병원에서 오래 살지 못할 거 같으니 데려왔던 애견샵에 아이를 돌려주라는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다음 편에는 곧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투비를 끝까지 붙잡고 있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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