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회사 때려치우고 펫 스튜디오를 차려버린 언니
투비 좀 빌려갈게.
반려동물 스튜디오를 차리기 전부터 회사를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의뢰를 받아, 주말마다 렌탈 스튜디오에서 반려동물 사진 촬영을 해오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과 동물, 두 가지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이상적인 일이었고, 열심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곧 나의 반려동물 전용 스튜디오를 차리리라고 계획을 하고 있었다.
이런 나의 '빅 피쳐'는 노아와 투비의 도움(노동) 없이는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서울에서 언니랑 각자 다른 집에서 살고 있었고, 노아랑 투비는 언니 집에서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에 촬영을 위해서는 잠시 아이들을 빌려 와야 했다.
문제는 둘 다 분리불안이 있는데, 그 분리불안의 대상은 오로지 언니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심지어 내가 입양해온 투비마저도 이미 나에게서 (밥 잘 주는 예쁜) 언니로 주인을 갈아탄 지 오래였고, 투비는 나랑 있으면서는 절대 차분해질 수가 없었다.
언니랑 떨어져 있는 동안 투비의 패닉 상태가 길어지지 않도록, 촬영은 아주 빠르고 신속하게 끝마쳐야 했다. 피사체로 스튜디오 카메라 앞에 서 본 사람이라면, 스튜디오 촬영이 얼마나 고달픈 일인지 알 것이다. (증명사진 촬영은 제외하고...)
눈앞에서 빵- 빵- 터지는 조명 아래에서 사람도 오래 버티고 있기가 힘든데, 영문도 모른 채 잡혀온 동물들은 오죽할까... 그 고생스러움을 잘 알기에, 항상 노아랑 투비가 스튜디오에서 모델이 되어줄 때마다 미안했다.
노아랑 투비, 그리고 다른 아이들을 사진 촬영을 한다는 목적하에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면서 한 가지 생각이 확고해졌다.
'내 스튜디오는 꼭 지상에 위치한 곳이어야 한다.'
자연광을 이용해서 (실명할 것 같은) 조명들을 최소화하는 게 그나마 동물들을 덜 괴롭히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나중에 지상에 위치한 스튜디오를 얻어 나의 죄책감도 조금 덜어내고 아이들이 덜 공포스러움을 느끼도록 할 수가 있었다.
이 사진들은 모두 집안에서 급조한 스튜디오 세팅 아래에서 나온 결과물들이다. 촬영하는데 20분 정도 걸렸으려나...? 투비가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했기에 순식간에 촬영을 마쳤다.
이후에도 나의 반려동물 사진 촬영에 대한 철학은 항상 동물이 우선이었다. 스튜디오의 슬로건 자체가 '사진보다 반려동물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었으니까.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사장 힘들었던 것이 반려동물을 모델로 한 상품 촬영이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단체 촬영을 할 경우에는, 사람처럼 동물들도 다른 모델견이 일을 잘해주어야 빨리 끝내고 쉴 수 있었기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이미지를 제공하기 위해서 노동력을 풀가동시켜야 했고, 스트레스로 혀를 길게 빼고 헥헥거리는 아이들을 계속해서 푸시하는 내 마음도 편치가 않았다.
결과물이 완벽하게 나온다 한 들, 동물들이 인간 모델들처럼 뿌듯함을 느낄 리가 만무하고...
반면에 가장 좋았던 촬영은 노견들과 함께 하는 반려인들의 모습이었다. 너무 나이가 많아서 스튜디오 촬영에 임할 수도, 스튜디오까지 올 수도 없는 아픈 아이들인 경우에는 직접 반려인이 사는 곳으로 출장을 가서 집 근처에서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담아오기도 했다.
때로는 촬영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에 구름다리를 건너버린 아이들의 소식을 듣고, 또 마음속이 싱숭생숭한 적도 있었지만, 그렇게 촬영한 사진들은 나한테도 선물 같은 것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았다.
(아쉽게도 지금은 반려동물 스튜디오 운영을 중단한 상태이지만, 다른 사진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 노아&투비 인스타그램 ->>> @noahtobe http://instagram.com/noahtobe
***다음 편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c9cbd1cebdfc42a/23
***이전 편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c9cbd1cebdfc42a/19
*저작자 허락 없는 이미지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