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노견이 된 노아의 밥벌이 시간
완전히 개판이었다.
잭 러셀 테리어, 몰티즈, 포메라니안, 프렌치 불독...색색깔의 옷을 입고 나온 아이들을 보니 마치 강아지 어벤저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다섯 마리 강아지들과 함께한 촬영이었기에 한 마리가 촬영 중일 때는 나머지 아이들이 스튜디오를 뛰어다니고 있고, 견주들은 달려가서 아이를 달래고 겨우 옷을 입혀 촬영을 이어나가야 했다. 강아지 모델들은 보통 10분 당 간식 하나 씩으로 페이를 받았다.
지난 편에서도 얘기했었지만, 노아랑 투비를 모델로 스튜디오 촬영을 하는 건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사실 마음이 불편한 일에 가까웠다. 자연광이 아닌 스튜디오 조명을 터뜨려서 놀라게 해야 하는 경우에도 그랬고, 상자나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촬영을 해야 할 때는 더욱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람들 눈에는 예쁘게 꾸민 아이가 혀를 내밀며 웃고 있다고 보일 수 있으나, 강아지들은 긴장 상태에서 혀를 내밀게 된다.
반려동물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가장 촬영을 활발하게 했던 때는 이미 노아가 10살의 노견이었을 때다. 노아는 허리 디스크 수술 후유증으로 한쪽 뒷다리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작가 누나를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촬영에 강제 동원되어, 각종 반려동물 관련 업체들과 동물병원 홍보 모델을 하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본인의 밥벌이를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정작 노아 자신은 본인의 나이와 신체적인 핸디캡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듯 보였다. 10살에도 노아의 (무서운 줄 모르고 여기저기 괜히 건드리고 다니면서 나중에 쫄보처럼 도망가는) 동네 양아치 같은... 좋게 봐서 밝고 명랑한 성격은 그대로였고, 제대로 네발로 서지도 못하면서 마음대로 누나들은 끌고 다니는 "마이 웨이 식 산책"은 동네 사람들도 하여금, 우리가 장애가 있는 불쌍한 강아지를 억지로 끌고 다니며, 학대하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들기에 충분했다...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 노아&투비 인스타그램 ->>> @noahtobe http://instagram.com/noahtobe
***다음 편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c9cbd1cebdfc42a/24
***이전 편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c9cbd1cebdfc42a/21
*저작자 허락 없는 이미지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