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서울대일까? 원어민처럼 말하기일까?

3. 대학 입시 vs 실용 영어

by 양지우

얼마 전 설명회에서 한 아버님이 나에게 물으셨다.


“선생님, 왜 학원에서 원어민 수업을 해야 합니까? 입시에 스피킹이 중요한 것도 아닌데, 이 귀한 시간을 굳이 거기에 써야 합니까?”


그분의 요지는 분명했다. “중학교 때 중요한 건 문법과 독해다. 시험에 나오는 것만 해야 한다.”

즉, 스피킹과 라이팅은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반쪽짜리 영어를 만드는 조급함


나는 그 자리에서 오래 설득했다.



“언어를 배우는 데 말하기와 쓰기가 빠진다면, 그건 언어 교육이 아닙니다.”



부모의 조급함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문법 문제나 독해는 잘 풀면서도, 말하기와 쓰기에는 입을 닫는다. "틀리면 안 된다"는 두려움 속에서 영어를 시험 도구로만 배웠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여전히 옛날 방식의 입시 영어 틀에 묶여 있고, 부모와 아이 모두 그 안에 갇혀 있다.






언어는 기술이자 표현이다


언어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시험 점수가 아이의 현재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말하기와 쓰기는 아이의 미래를 열어준다.


대학에서 교환학생을 준비할 때

해외 인턴십 기회를 잡고 싶을 때

직장에서 회의나 보고서를 영어로 해야 할 때


그 순간 필요한 건 시험 점수가 아니라 자신이 아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고 글로 표현하는 힘이다.






아이의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선택


많은 학생들은 아직 스스로의 길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부모가 “입시에 안 나오니까 하지 말자”라고 단정하는 순간, 아이는 알지 못한 채 기회의 문 앞에서 돌아서게 된다. 부모의 한마디가 아이의 선택지를 줄이고, 자신감을 꺾으며, 결국 가능성까지 빼앗을 수 있다.






서울대냐, 원어민처럼 말하기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입시 준비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가 언어를 살아 있는 기술로 익힐 기회도 보장해야 한다.


서울대 합격을 위한 공부와 원어민처럼 말하기를 준비하는 공부는 양립할 수 있다. 두 가지는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보완한다. 문법과 독해로 쌓은 기반 위에 스피킹과 라이팅이 더해질 때, 영어는 비로소 완성된다.





그래서 필요한 건 균형 있는 교육


문법과 독해만 붙잡는 한국인 선생님, 혹은 문법에 약하고 한국적 맥락을 모르는 원어민 선생님에게만 의존하는 것, 둘 다 한계가 있다.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건 두 언어를 깊이 이해하고, 시험과 실제 언어 사용을 동시에 잡아줄 수 있는 균형 있는 교육자다.


그리고 부모의 역할은 여기서 결정적이다. 눈앞의 성적만 좇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아이가 언어를 통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그 길 위에서야 비로소 아이는 시험 점수로만 평가받는 학생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 세상을 확장하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께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은 아이의 영어 목표를 어디까지 열어주실 건가요?”





입시와 언어 교육의 균형,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고민이죠.


어떤 기준으로 아이의 영어 공부를 선택하고 계신가요?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