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렇게 큰 격차를 만드는가?
재미있게도 나는 최상위권 반과 최하위권 반을 동시에 운영해 본 경험이 꽤 있다.
그 극과 극의 수업을 오가며 나는 종종 ‘온탕’과 ‘냉탕’이라는 표현을 썼다.
같은 교실, 같은 시간 안에서도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온도 차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한 번은 초등학교 5학년 최상위 반과 중학교 1학년 하위 반을 함께 맡은 적이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직후, 영어 영역 문제를 두 반의 아이들 모두에게 풀게 했다.
듣기 영역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극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 반에서는 만점자가 나왔고,
중학교 1학년 반은 전반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물론 최상위 반 학생들 중 절반 정도는 해외 거주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국내에서만 공부해 온 아이들이었고, 그중 만점을 받은 학생 역시 국내에서만 공부한 경우였다.
15년 동안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지라 불리는 곳에서
아이들의 학업을 지켜보며
여러 번 ‘현타’를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아이들의 학습 격차가 해마다 더 빠르게,
더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격차는 수능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TOEFL을 비롯한 다양한 영어 능력 시험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된다.
시험지를 볼 때마다, 솔직히 말해 섬뜩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아이들의 영어 수준 차이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해
초등학교 5학년에 이르면 아주 뚜렷하게 갈라진다.
그래서 내가 초등학교 5학년 시기의 학습 방향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을 중학교 하위 반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순간적으로는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다시 자신이 해오던 방식대로, 겨우겨우 학업을 이어간다.
이 모습이 답답하고 속상한 건 나뿐인 걸까.
아이들 본인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물론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그중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얘들아, 공부를 잘하는 사람과
공부가 잘 안 되는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해?”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다시 태어나야죠.”
“공부는 타고나는 거래요.”
“저는 이미 글렀어요…”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내가 오랜 시간 교실에서 수천 명의 학생을 지켜보며 느낀 바에 따르면,
최상위권과 하위권의 가장 큰 차이는
타고난 두뇌나 부모의 경제력이 아니다.
바로 공부를 대하는 ‘자세’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자세는
마음가짐만을 뜻하지 않는다.
책상에 앉는 자세,
연필을 쥐는 방식,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선,
교실로 들어오는 태도까지
몸의 자세와 학습 태도 전반을 포함한다.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교실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만 봐도
어느 정도의 학습 태도를 짐작할 수 있을 때가 있다.
왜 이렇게 ‘자세’가 중요할까.
여러 연구들이 보여주듯,
몸의 자세는 감정과 집중력,
사고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을 때
억지로 책을 붙잡고 버티지 말고
먼저 자세부터 바꿔보라고 말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아이들의 영어 실력 격차는 부모의 경제력이나
선천적인 지능 때문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학습을 대하는 바른 자세를
만들어주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모든 아이들이 처음부터 최상위권이었던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중요한 시기이긴 하지만,
내 제자들 중에는 중학교에 들어와 처음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해
최상위권까지 올라간 아이들도 적지 않다.
영어 실력의 차이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은 태도의 차이가 쌓이고
그 차이가 시간이 지나며 결과로 드러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말한다.
지금 성적이 어디쯤 와 있든,
공부가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지더라도
바꿀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남아 있다고.
그 출발점은 늘 거창한 방법이 아니라
책상 앞에 앉는 자세,
공부를 마주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영어 실력의 격차는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뚜렷해진다.
이 차이는 해외 경험이나 경제력보다 공부를 대하는 ‘자세’에서 크게 갈린다.
자세란 마음가짐뿐 아니라 몸의 태도와 학습 습관 전체를 의미한다.
바른 자세는 집중력과 사고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중요한 건 언제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세로 계속해왔느냐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어 교육에 대한 현장의 고민과 방향을 계속해서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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