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희망퇴직 한 남편, 등떠민 아내.
나는 대기업에 다닌다. 출장을 다니면서 꽤 많은 업체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글로벌 기업부터, 작은 기업까지 다양하게 만나는 거 같다. 오늘은 출장을 다녀오면서 남편의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사업에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 인터넷에 쉽게 접하는 그런 사장님들의 경우는 무자본창업이 많다. 그것도 좋은 선택지이긴 하지만, 이번 출장에서 만난 업체들의 케이스는 그 반대의 케이스이다. 초기자본금이 들고, 진짜 중소기업을 만드는, 제대로 된 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이다. 예전에 통상 사업를 한다고 하면 이정도 규모로 꾸려졌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접 사업를 해본적은 없으니, 이렇게 업계 최전선에서 듣는 정보들이 귀하디 귀하다.
오늘 회사분이랑 같이 출장을 갔다. 이 분은 대기업에서 몇십년간 근무하시면서 굵직한 개발 일들을 하셔서 인맥이 많다. 아는 업체도 많은데, 이용만 해먹는게 아니다. 업체를 서로 연결해서 비즈니스를 엮어줄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이 있다. 오늘 간 업체는 부품 업첸데 자기 아는 동생 사업체에 연결해줬다. (이래서 사업은 인맥으로 하는거라고 하나보다!) 협력업체들도 이 분이랑 얘기하면 비지니스가 되니까, 정보들을 알아서 찾아다 물어다준다. 보통 대기업에서 가도, 일개 엔지니어가 가면 자기 할일만 하고 끝나는데, 이런 급의 레벨이 가면 비지니스 판을 꾸려온다. 비단 우리가 하는 업무 관련 뿐 아니다. 주제가 굉장히 폭넓다. 아무래도 기술쪽에 있다보니, 테크쪽으로 아주 넓게 이야기를한다. 업체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돌아가는 판세를 빨리빨리 파악하는데 능한 분이다. 오늘 센서업체를 만났는데, 해당 분야에서 센서로 사업화해서 하고 있는 여러가지 아이템들 얘기해줘서 재밋게(?)들었다.
나와 함께 간 이 분에 대해서 잠시 얘길 하자면, 40대 초에 대기업 나와서 사업을 하긴 했는데 안되서 다시 다른 대기업에 들어가셨다. 아무래도 대기업이다보니, 어느정도 나이가 되면 힘좀 쓰는 인맥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결국 이 분이 결국 임원급으로 높게 올라가지 못한 이유는, 사람 이용해서 인맥 넓히는 스타일이 아니라, 사람대 사람으로, 기술 대 기술로 얘기하는 분이기 때문인거 같다. 입에 바른 소리를 잘 못하시더라. 그래서 누구를 이용하는 느낌이 없는 분이다. 같이 지내기엔 좋다. 실무형 비지니스가.
남편이 희퇴를 했다고 말하니, 남편도 해보고 싶은 기술 있으면 다 연결해준다고 하신다. 확실히 발이 넓다. 언젠가 사람을 찾던, 기술을 찾던, 업체를 찾던, 이 분께 부탁을 드릴 수도 있겠다.
기존의 사업들이 통상 돈버는 방법이란 건..
1. 알다시피 부지사서, 부동산으로 돈버는 거라고들 한다. 사업은 그냥 현상유지만 하면 된다고 하는말도 있다… 뭐 사실 많이 들리는 얘기이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도 마찬가지고, 수원 , 화성쪽 공장부지 사장님들도 마찬가지고.. 이런 얘기들을 주위에서 종종 해온다.
또는
2. 확실한 수요처(인맥), 확실한 기술로 비투비 사업.
예를들자.
정부 몇억, 지자체 몇억, 회사 몇억. 일케 돈 태워서 개발하고, 잘되면 이제 전국에 설치 이런식으로 진행하는 정부 시범사업이 있다. 예를들어, 집진기 들어가는데 거기에 센서를 달아서 하는 컨셉. 시범사업으로.. (대신 들어가는 업체는 정부, 국회의원 연줄 다 있다고 .. 정부사업하는데 인맥? 무시 못한다. 그러나, 예전처럼 인맥 가지고 막 우겨넣을 순 없다. 기술도 있어야한다. 업체비딩도 기술적 우위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명분적으로 필요하다. 거기에 뒤에서 인맥도 다 귀띰도 되어 있어야 하고.. 이 판이 다 그렇더라…)
결국 비투비. 제일 확실한건 수요처는 정부 또는 대기업이다. 여기서 팁은, 단순 파는 것보다 “개발해서 파는게 이득” 이다. 예를 들어, 치킨파는 로봇을 개발해서, 소비자들에게 또는 영세 치킨집 사장들한테 파는데 아니라, 교촌치킨이나, bhc 같은 치킨 대기업에 한꺼번에 납품하는 형태의 사업인 것이다. 대기업에 대량납품하는 전략. 수요처가 확실하면 마케팅이 크게 필요없다. (그래도, 비투비도 브랜딩을 나중에 하긴 하더라. 요즘은 뭐든 브랜딩은 되어 있어야 하니까.)
비투비 형태의 큰 사업을 하려면 개발이든 뭐든 자금이 마니든다. 정부던, 투자자던, 일단 투자를 받아 해야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잘 안될시에 또 책임져야할 리스크가 크기에.. 그런건 좀 일개 개인이 감당하긴 크긴하다. 그래서 옛날엔 사업하다가 망하면 재기 못한다는 말이 있던거 같다. 이게 옛날 스타일(?) 사업방식이긴 한거 같다.
반면, 비투씨는 사실 사업을 크게 해보긴 어려운거 같다. 스마트 스토어는 동네 권역이든, 자영업으로 작게 시작한다.
요즘은 비투비, 비투씨를 떠나, 무자본으로 하는 것도 많다. 사업구조 짜는게 그래서 중요하다.
장사? 사업? 걍 대기업? - 뭐가 나을까
확실한 큰 고객이 있는게, 결국 큰 돈을 벌기 위한 사업으로 갈 땐 필요하다. 아니면 그냥 장사, 자영업 수준이 되겠다. 사실 장사도 나쁘진 않은데, 따지고 보면 장사가 수입을 대기업 직장인 이상으로 벌긴 어려울 수 있다. 규모를 키워서, 밑에 사람 많이 두면 또 인건비가 들기 때문이다. 월천까지는 장사로도 가능할거 같긴하다. 월천이 대단해 보이지만, 잊지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실, 자기 사업을 하게되면 국민연금,건강보험,각종 세금 등을 본인 순수익에서 빼야한다. 반면, 직장인의경우 그런 각종 세금을 제한 뒤의 금액이 통장에 찍히는 것인데다가, 매년 받는 성과금, 명절상여 등을 추가해서 생각해야하니… 사실 혼자해서 월1000 벌어도, 월700 정도수준의 직장인과 같다고 볼 수 도 있겠다. 월700은 대기업 조금 많이 오래다니거나, 연봉 높은데 가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우리회사는 사실 700까지는 당장에 못받아도, 그 돈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 돈을 받기까지 그렇게 오래 회사를 다닐 자신이 없기 때문에 남편이라도 사업이라는 방향으로 가게끔 하였다. 오래 오래 다녀서 결국 40대 중후반이 되면, 다른곳에 갈데도 없고, 나와서 할 것도 없고, 회사서는 찬밥 취급 받지만 꾸역꾸역 버티는 게 대기업 직장인의 차가운 현실이라는 것을 두눈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더 사업 할 결심이 섰던 것일 수도 있다. 돈도 돈이지만, 그렇게 인생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는 분이 대기업 퇴사를 하고 나와서 무자본으로 월 1500-3000을 번다. 이렇게 홀로 사업을 하는 케이스도 있다. 아니면, 아예 이 중소기업들처럼 첨부터 몇억이상 태워서 (본인돈이나, 정부나, 투자자 투자를 받던 해서) 하면 크게 벌린만큼 크게 벌거나, 크게 망할 수 있다. 뭐든 자기 그릇, 목표에 맞게 가는게 중요하다.
얼마를 벌지사실 이건 자기 돈 그릇에 달렸다. 얼만큼 벌어야 만족하고 살거냐는 개인마다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남편이 뭐할지 하고 싶어하는 것에서
위에 언급한 사업구조들을 대입해서 생각해 보았다.
예를 들어, 정부지원사업한다면?
정부에서 필요로하는 포인트가 있다거나, 지자체 필요한 사업 형태(예를 들어 관광)로 접근이 가능할 듯하다. 근데 이런게 정부 지원금만 받는거지, 실제로 정부에 납품해서 그 기업이 얼마나 영속할 것이며, 전국에 그 아이템이 깔린다 하더라도, 근데 깔아주고 빠지는거지.. 하나로 지속하기는 어렵다. 마치 내 친척분이 전국에 그늘막 설치를 하는거처럼. 그것도 초기엔 지자체 예산 사업 독점했지만 기술장벽이 낮아서 경쟁업체가 많이 들어오기 땜에 인맥을 아무리써도 요즘은 비딩이라 한계가 있을듯 싶다. 그래도 잘된다고 하는데, 한번하면 납품이력이 생겨서, 영업하긴 수월하지 싶다. 다들 그렇게 사업을 하더라. 보통 이력 생기면, 다음 사업영역으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이야기 하다보니 한가지 아이템으로 꾸준히 하기는 어려운 방향인 듯 싶다.
그렇다고 유통사업?
만약 좋은 외식이나 청소등에서 아이템이 생겨, 유통사업을 하게 되면, 사실 독점형이 아니면 다들 괜찮다 싶으면 들고 오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진입 장벽이 없으면 지속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단순 유통보다, 좀 더 얹혀서 만들어서 파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단, 그러면 초기비용(리스크)이 들수 있다.
또는.. 확실한 수요처와 노하우를 확보한 케이스?
회사 분의 후배 이야기이다. 취미로 관상용물고기 키우다가 회사나와서 해외에서 귀한 물고기 수입해서 산란시켜서 분양하는 사업을 차렸는데 잘된다고 한다. 매니아층이 있어서. 이렇게 취미로 하다가 넓혀나가도 된다. 확실한 수요처를 맛봤으니 가능한 케이스.
근데 사실,
어디든 그 필드를 굴러봐야 아는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남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거다.
남편이 하고자 분야에서 일하다보면
(1)인맥이 생기거나 (정부,대기업,특정 분야 커뮤니티 등의 확실한 수요처) (2) 좋은 아이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거나 (진입장벽) (3) 중간 마진이 좋은 등의 확실한 사업구조가 떠오른다거나… 그런게 생길 때!
그때가
자영업에서, 사업의 방향으로
전환되는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