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그리고 의욕
갑자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매일 한다. 하지만 뭘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매일 생각만 했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쓰고 싶은 글이 생각나서 부랴부랴 노트북을 열었다...
새벽 6:30
알람이 울렸다. 고등학교에 간 큰 딸을 깨울 시간이다. 간밤에 꾼 꿈이 아직 생생하면서 완전히 잠에서 깨질 않았다. 그래 아직 여유 있으니 10분 뒤 알람에 일어나자. 그리고 다시 잠과 생각 그 경계에 빠졌다. 잠깐 눈을 다시 감았을 뿐인데 또 알람이 울린다. 5분만 더 누워있을까... 그 생각과 동시에 또다시 알람이... 이제는 일어나야 한다. 힘겹게 일어나 큰 딸 방에 가 큰 딸을 깨운다. 고등학교 올라가서 힘든지 예전만큼 잘 일어나질 못한다. 그래도 우리 집에서 제일 부지런하고 잘 일어나는 사람이다. 물론 내가 깨워야만....
큰딸이 씻으러 들어가고 아침 준비를 한다. 오늘은 토스트다. 요즘 우리 식구들이 모두 꽂혀있는 원팬 토스트. 원팬으로 엄청 간단한 거 같아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귀찮다... 아침마다 3개씩 하는데 은근 손이 많이 간다. 큰딸이 씻고 나와 아침을 먹고 등교 준비를 할 때 신랑을 깨운다. 원래대로라면 가장 먼저 일어나 출근해야 할 사람이지만 워낙 늦게 퇴근하기도 하고, 아침잠도 많고, 피곤하다 보니 그렇게 일찍 출근하진 못한다. 다행인 것이 자율출근제라는 거... 아니었으면 근태관리로 진작에 잘ㄹ....
그렇게 또 하나의 토스트를 한다. 큰 딸 거 할 때보다 더 잘 됐다. 신기하다. 할 때마다 상태가 좋아진다. 그래서 뭐든 많이 해봐야 는다고 하는 건가... 큰 딸을 보냈다. 오늘은 야자가 없다. 다행이다 싶다. 야자하고 오는 날엔 유독 애가 더 많이 지쳐 보인다.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애는 아니다. 내가 그렇게 시키지도 않는다. 잠은 자야지... 수업시간에 조는 것보다 일찍 자고 수업시간에 열심히 수업 들어야지. 큰 애를 보내면서 오늘 저녁은 뭘 하나 생각해 본다. 이제 아침 먹여 보냈는데...
애아빠가 토스트를 다 먹어갈 때쯤 작은 딸이 일어난다. 작지 않은데 내 눈엔 마냥 작고 아기 같은 작은딸. 중2인데도 왜 이렇게 아기 같은지... 눈뜨고 일어나 씻고 학교 가는 것만으로도 짠하다. 이래서 막내는 책가방 메고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기특하다 하는 건가? 어찌 댔든 내 눈에 쬐끄만한 요 아이도 지 할 일을 한다. 팅팅 부운 눈을 비비며 간신히 일어나 씻고 삐뚤어진 앞머리에 물을 묻혀 잘 정리한다. 지도 계집애라고 은근 외모에 신경은 쓰는데 화장은 아직 안 한다. 귀찮은 거지... 중고등학생 중에 화장 잘하고 다니는 애들은 정말 부지런한 애들이다.
나를 보며 커다란 여드름을 보여준다.
"혹이 난 거처럼 너무 커..."
여드름 관련 화장품, 약 다 사다주는데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요즘 고민 중 하나다.
작은 딸 토스트는 더 잘 됐다. 신기할 따름이다. 작은 딸은 꼭 4조각으로 잘라준다. (다른 식구들은 2조각)
4조각 중 꼭 3조각을 먹고 간다. 4조각을 다 먹기엔 배부르단다. 그럼 그 한 조각은 랩으로 잘 싸두면 학교 갔다 와서 간식으로 먹는다. 이상한 배분이다.
그렇게 아침을 다 먹고 학교 갈 준비를 하는데 부산스럽다. 책을 어디다 뒀는지, 문제집을 어디다 뒀는지... 결국 그냥 간다... 보내고 난 뒤 그녀의 책상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한참을 바라보다 그냥 나돈다. 학교 갔다 와서 치우라고 문자를 남겨놓고...
그렇게 다 보낸 후에 침대의 침구를 정리하고 설거지를 한다. 문득 설거지를 하다가 간밤에 꿈이 생각났다. 꿈에 지금은 손절(손절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연락을 안 하니까 뭐 손절이라 생각이 된다.)을 한 큰아이 친구의 엄마랑 그의 식구들이 나왔다. 무슨 상황이었는지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나는 어색했는데 오히려 그 언니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대했다. 그 집 식구들은 우리가 손절한 걸 모른다는 듯이 같이 식사를 하자 하고... 꿈속에서도 속으로 이 언니 괜찮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그의 딸도 역시 아무렇지 않게 우리 딸과 얘기했다. 이 외에는 큰 내용은 없었다. 그냥 사이 안 좋은 사람이 나와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냈다는 거...
이게 왜 생각이 났는지, 잊어버리지도 않고 기억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이 났다.
생각해 보면 참 즐거웠다. 큰아이 때문에 알게 된 엄마들임에도 재미있었고 즐거웠다. 물론 그 언니 한 명은 우리와 등을 졌지만 아직 나머지 3명은 너무 잘 지내고 있다. 이제 아이들과는 별개로... 그때가 그리웠나. 그 언니 소식이 궁금했나. 왜 갑자기 꿈에 나타났을까. 평소 꿈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도 아닌데 오늘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을 시작하고 처음엔 너무 즐거웠다. 전업주부로 산지 거진 15년 만에 하는 일이라 그런지 좋았다. 내 적성을 이제서 찾은 것 같고,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다 좋았다. 수업 준비하는 스트레스도 즐거운 스트레스였고, 수업을 할 생각에 받는 긴장도 나름 도파민이었다. 하지만 반년정도가 지난 지금 의욕이 없다. 재미가 없다. 하기가 싫다. 오히려 처음보다 힘들지도 않고, 준비할 것도 많지 않은데도 하기가 싫다. 신랑 말로는 처음에 너무 열정을 쏟아서 그렇단다. 둘째가 꼭 나를 닮았다. 새로운 걸 시작할 때 온갖 열정을 다 쏟아붓고는 금세 식어버린다. 누굴 닮았을까 했는데 나였다. 하지만 시작한 이상 해야지 뭐... 그리고 자꾸 찍히는 카드값 보면 안 할 수도 없다 이제.
도대체 로또는 누가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