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은 아이들과 한 달 동안 한 권을 깊이 있게 읽어내는 고전 읽기 시간이었다. 한 달에 책 한 권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마음이 급한 학부모님들의 마음도 알기에,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며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3개월에 한 번 진행하는 이 수업, 올해 2월 내에 새로 논술 공부방을 오픈하고 4월과 7월, 이렇게 벌써 두 번째 고전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의 성장은 물론이며, 부모님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알아봐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물론 나의 품이 많이 들어간다. 많지는 않지만 구하려고 하면 시중 교재를 구할 수도 있겠으나 내 수업 차시, 아이들의 수준과 성향등을 고려해 가며 내가 직접 만든 교재로 수업하는 것만큼의 효과는 낼 수 없다. 책도 여러 출판사의 책을 보고 직접 선정하고, 교재도 직접 만들고, 책 표지 앞에 읽기 시작한 날과 이름도 적고, 그렇게 한 달을 함께 했다. 나에게도 특별한 수업이니 만큼, 아이들에게도 그러기를 강요할 수 없지만 간절히 바라며 수업에 임한다.
4학년 친구들과 한 달 동안 <걸리버 여행기>를 함께 읽었다. 오늘 한 팀의 걸리버 수업이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정성스럽게 글을 빼곡히 써내려 가고, 그 글을 끝으로 "이제 걸리버 여행기는 끝났네~걸리버와 함께 지낸 한 달 어땠어?" 하고 물으니, 아이들이 걸리버를 보내기가 너무 아쉽다고 말한다. 마음속으로 울컥할 만큼의 감동이다.
한참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냈는데, 어제부터 살짝 감기기운이 있어 토요일 아침 수업에 오기가 좀 힘이 들었다. 잠도 설쳤다. 그런데 역시나 이런 아이들의 이런 모습에 막 힘이 난다. 가볍게 읽은 책으로 글을 쓰는 시간과 이렇게 깊이 읽은 책으로 글을 쓰는 시간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 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희열을 느낀다.
고전 소설에는 역시나 정답이 없다. 이 어린아이들과 조너선 스위프트과 풍자한 정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아이들 수준에 맞추어 걸리버의 유연한 사고와 열린 마음을 배워보았다.
어느 한 사람이 어떤 곳에서는 신이 되고 어떤 곳에서는 마녀가 되어. 그렇게 우리 삶에 수많은 걸리버가 존재한다.
이 문구처럼 아이들이 걸리버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유연함과 열린 마음을 깨달았기를 바란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다 남자 친구 한 명이 얼음까지 가득 든 내 커피를 와장창 쏟았다. 당황해하고 죄송해하는 아이에게 괜찮다고 양말이 젖어서 어떡하냐고 선생님이 치우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말고 가라고 안심시켜 돌려보냈다.
그런 순간들에 나는 나의 아이들을 떠올려 본다. 내 아이들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알게 모르게 피해를 끼치기도 할 것이며, 잘 못도 하고 실수도 하며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어른들이 또는 그런 어른에게서 자란 친구들이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며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최근 일어난 사건을 보며, 말을 아끼고 있다. 어떤 한 사건을 놓고 한쪽 면만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라는 걸 이 나이를 먹으니 조금 알듯 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를 보태보자면, 교사의 인권이 중요한가, 아이들이 인권이 더 중요한가를 놓고 다툴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서 서로에 대한 배려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걸리버처럼 어느 곳에서는 거인이 되기도 하고, 또 소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인데, 어떤 조항들을 방패 삼아 나보다 덜 힘이 있는 사람을 상처 주는 일은 하지 않도록 조심하면 좋겠다. 돌고 도는 인생이다. 내가 오늘 타인에게 베푼 친절과 아량이 돌고 돌아 나에게 또는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돌아올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