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길모퉁이

빨간머리앤처럼

by 제이쌤

"길모퉁이를 돌았을 때 뭐가 있을지는 미리 알 수 없어요. 하지만 틀림없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 길이 어떤 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힘차고 기분 좋게 헤쳐나갈 수는 있을 거 같아요."


5학년 여자 아이가 빨간 머리 앤을 읽고 적어온 예쁜 문장이다. 남자아이를 원했다는 마릴라 아줌마마저 사랑스러움에 빠지게 한 발랄하고 긍정적인 소녀 앤의 대사이다. 이런 문장을 아이의 입에서 들으니 더욱 감동적이다.

12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눈다. 너희도 나도 살아온 날만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무게만큼만 이해하자.


" 이 말이 무슨 말일까?

걸어가다가 막다른 길모퉁이를 만날 때가 있잖아,

모르는 길을 가다 길모퉁이를 만나면 어떠니?

무섭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 모퉁이를 돌면

엄청나게 멋진 길들이 펼쳐질 수도 있지 않을까?

살아가다 보면, 그런 길모퉁이를 종종 만나게 될 거야.

그때, 우리 두려워말고 설레보자. 기대해 보자. 인생은

그런 알 수 없는 모퉁이들이 있어서 더 재미있는 것일

지도 몰라."


나의 사십 대는 이렇게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삶을 살고 있다. 원래 알던 문장을 이렇게 아이들의 입을 통해 들으며 감동하고, 아이들과 함께 방향을 정립해 나간다.

삶을 대하는 앤의 태도는 정말 놀랍도록 유연하다. 그런 앤이 기특하고 또 부럽다.


얼마나 길모퉁이를 두려워하며 살았던 나의 날들인가. 길모퉁이를 만날까 봐, 안전하고 익숙한 길들로만 행보했던 나의 지난날들이 부끄러웠다. 그래, 까짓 두려운 길모퉁이 만나면 어떤가. 그 길모퉁이 뒤편엔 어쩌면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수도 있는데, 세상에 와 사십 년 이상쯤 살아봤으면 이제 그만 두려울 때도 됐다.


빨간 머리 주근깨 소녀 앤처럼,

길모퉁이를 설레하는 어린 소녀처럼,

나의 길모퉁이를 려워말고 나아가보자.

틀림없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믿자.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


#내 속엔 여러 가지 앤이 들어 있나 봐.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 더

나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