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양동이_모리야마 미야코

아무것도 아닌 시간은 없다.

by 제이쌤


노란 양동이.

일본 작가의 책이며, 출간된 지 오래되었다. 나와의 인연도 오래되었다. 아기 여우와 그를 꼭 닮은 노란색 양동이 이야기다.


아이곰, 아기토기, 친구들은 다 가진 양동이. 나만 없는 양동이. 아기 여우도 꼭 하나쯤 가지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길가에 놓인 노란 양동이 하나를 발견한다.


이 양동이를 가져도 될지 말지, 친구들과 회의를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딱 일주일을 기다려보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가져도 되지 않겠냐는 결론을 낸다.


그 일주일, 아기 여우는 이 양동이에게 마음을 다해 애정을 쏟는다. 비가 오는 날은 우산 들고나가 씌워주기도 하고, 물도 담아보고, 옆에 누워 선잠을 자기도 한다. 결말이 예상되어 마음이 찡해 오면서도, 그렇게 행복하게 보내는 아기 여우의 일주일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마음을 다했고, 간절히 바랐으며, 그것으로 인해 행복했던 일주일이 지나고, 노란 양동이는 일주일이 되는 바로 그날 사라지고 만다. 결국 '소유'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마음을 쏟았으나 내 것이 되지 못하면, 노력을 들였으나 내가 바란 결과를 이루지 못하면, 그 과정과 시간들은 과연 의미 없는 것들일까.


울어버릴 것만 같았던 아기 여우는 잠시 실망하지만, '괜찮아'라고 말한다. 일주일 동안 그 노란 양동이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만의 양동이었으니 괜찮다고 어른스럽게 이야기한다.


이 그림책이, 이 작은 아기 여우가 내 마음에 큰 감동을 준다.

인생에는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성공과 과정만 있다는 말을 이렇게 순수한 아기 여우를 통해 배운다. 결과만 중요하게 여기고, 지금껏 그것이 두려워 움츠리고 살았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


아무것도 아닌 시간은 없으며, 보장되지 않는 미래의 행복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현재의 불행을 너무 담보 잡을 필요도 없다. 내가 원하지 않는 끝을 본 일들에 대해 그 결과가 너무 아플까 봐 바로 보지 못하고 그 시간들을 다 아무것도 아니거나 부정해 버리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아기 여우처럼 그 시간으로 행복했고, 그 과정으로 성장했으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어떤 놈인지, 에라 나쁜 놈, 노란 양동이 가져가서 잘 먹고 잘 살아라. 그거 내가 가져보니 별거 아니더라. 그까짓 거 가져가서 어디 얼마나 행복한지 보자."


이게 미숙한 우리가 대부분 저지르고 있는 실수는 아닐는지.


"비록 내 것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걸 발견한 그날이 아니었다면 그 행복한 일주일도 없었을 테니까... 그 행복한 일주일이면 됐다. 노란 양동이는 나에게 행복한 일주일을 선물해 주었고, 지나가는 모든 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주었다. 그걸 가져간 것이 원래 주인이든, 새로운 누군가든, 나처럼 노란 양동이와 함께 행복하기를...."


마흔 해씩이나 살았으니 이제는 이렇게 조금은 성숙한 인간이 되어 보기를 마음먹어본다.


어린아이들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같이 마음을 졸이고, 애태우면서도 이렇게 대처하는 아기 여우의 마지막을 보면서 뭉클함을 느끼곤 한다.


그림책이 주는 감동이란 그런 것이다. 노골적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하지 않지만 소박한 스토리와 순수한 그림으로 나를 어루만져주고 깨닫게 해주는 매력. 내 아이들도 이제 그림책을 볼 나이가 다 지났지만 나는 그래서 여전히 그림책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