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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eon Jun 20. 2022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온 마틸드 -1-

방탄의 나라에 왔어요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보라&라파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옥탑 빌라이다. 에어비앤비의 시작은 후암동 투룸 빌라에서였다. 그곳에서 1년간 운영했던 여성전용숙소(개인실)는 집을 전체 빌려 주는 숙소(전체실)인 리틀하얏트, 보라보라, 라파누이의 발판이 되었다.


자신이 사는 공간 방 한칸을 빌려 주는 것을 개인실이 라고 하고, 지금 사는 곳은 세 번째 개인실(후암동->이태원(라파누이)->이태원 옥탑빌라이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친구들이나 외국인 여성들이 묵고 가라고 손님방에는 아주 좋은 침대를 두었다.

코로나 때는 이곳에 문의가 진짜 많았는데, 보라&라파 같은 전체실에 비해 확연히 저렴한 숙박료에 매료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확진자, 격리자, 남성 등등. 모두 거절을 하며 2년을 보냈다.


최근 격리가 풀린데다 이태원 분위기를 보니 이제 개방의 물꼬가 트인 느낌이다.

혼자 여행하러 오는 여성,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는 여학생 등 연달아 문의가 오고 있다.


어제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혼자 한국에 여행을 온 게스트가 밤에 지연하우스에 도착했다.

계속 꿈꿔왔던 한국행이라고 한다.

인천공항에서 몇 가지의 이슈로 발목이 잡혀 입국 5시간만에 숙소에 도착한 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하자ㅎ

여자 혼자 그것도 흥겨운 주정뱅이들이 넘치는 이태원 불토 밤에 낯선 거리를 큰 캐리어를 혼자 끌고 올 이 친구가 걱정되어 이태원역에 나가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결국 만나지 못 했다.


노파심에 이태원역에서 집까지 오는 사진을 몇 십 장 찍어 마치 헨델과 그레텔의 빵조각 처럼 그녀에게 보내 주었는데 진짜 그 사진들을 주워 먹으며 현관 앞까지 찾아 왔다는 놀라운 이야기.

예전에 유럽여행 시작인 런던에 혼자 밤중에 도착을 했었다. 버스를 잘 못 내려서 한 밤의 골목길에서 큰 캐리어를 끌고 어쩌지도 못 하고 서 있으니 어떤 영국 노부부가 말을 걸어왔다. 여자애가 여기서 혼자 뭐 하냐며, 이곳은 치안이 그다지 좋지 않은 곳이라며 숙소 호스트가 나를 데리러 오는 30분을 함께 기다려 주셨다.

그때의 막막함과 안도감 그리고 고마움이 아직도 떠오른다.


인천공항에서부터 이태원까지 어떤 모험을 했는지 빠른 속도로 다다다자 얘기하는 Matilde[마틸드]를 진정시키고 어서 엄마한테 전화부터 하라고 시켰다.

맞다맞다!!! 하며 이탈리아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그쪽에서도 큰 소리로 말씀하시는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한 달 전 엄마에게 저 멀리 동아시아한국에 간다고 하니 "미쳤군" 이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마틸드는 그 뒤 엄청난 설득 끝에 서울 땅을 밟은 거라며 뿌듯해 했다.

예약 요청 때 이곳이 호스트와 함께 생활하는 작은집인 걸 확인했냐고 물으니 그래서 엄마가 허락했다고 씨익 웃는 마틸드.


자기 몫의 열쇠가 있느냐며 묻는 그녀를 조용히 데리고 나와 집 도어락을 여는 방법과 비번을 알려 주니 유럽에서는 어디 놀러가면 열쇠가 한꾸러미 라며 심하게 감탄을 한다.

하루 종일 제대로 밥을 먹지 못 한 그녀에게 그나마 맵지 않은(않을 것 같은) 삼양라면을 끓여 주고 먹였다. 생애 첫 한국음식이라며 감격해 한다.

K-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싶다며 씩씩하게 한국을 찾은 마틸드의 한 달간의 서울 체류를 응원한다.


※그녀는 2022년 4월 말에 방한했고 7월 초 귀국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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