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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화洞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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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연마 Aug 28. 2015

대박집 사장님의 비결

영화洞人_ 1. 영화 '카모메 식당'

 모든 일, 사람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하는 모든 활동은 리듬과 템포를 가지고 흘러갑니다.     


리듬은 음의 장단이나 강약의 반복으로 만들어지는 규칙적인 흐름을 뜻합니다.

우리의 일상도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일상적인 일과 급작스러운 일이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면서

특유의 리듬감을 갖게 되죠. 템포는 리듬을 이끌어가는 속도를 말합니다.

음악이든 일이든 이 둘이 어그러지게 되면 괴로워지기 시작하겠죠.

그래서 리더에게는 본래의 리듬과 템포를 유지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 힘을 바꾸어 말하자면 철학과 뚝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 '카모메 식당'은 핀란드 헬싱키의 한 일본 식당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카모메 식당은 느긋하게 흘러갑니다. 늘 같은 리듬과 템포로 이 가게를 이끄는 사람은 주인인 사치에입니다.

오픈한 지 한 달 된 식당에는 손님 한 명 없지만, 사치에는 가게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거나

밖에서 서성이는 법도 없어요. 여행 책자에 가게 소개를 해보거나 핀란드 사람 입맛에 맞춘 오니기리를 만들어보자는 미도리의 제안도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대단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식당이에요"

"고향의 맛, 오니기리"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하는 것뿐이에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즐거움, 그 이상의 욕심을 바라지 않는 초심.

음식의 본래 맛, 그 이상의 멋을 부리지 않는 담백함. 손님이 있든 없든, 있어야 할 자리에서 늘 밝은 모습으로 일하는 성실함.

쿵 짝짝, 쿵 짝짝..     


흐트러짐 없이 연주되는 삼박자 왈츠처럼, 들리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사치에 만의 음악이 쉼 없이 연주됩니다. 음악이 빈 홀을 가득 채우듯, 그녀만의 리듬감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끌어 카모메 식당의 빈자리를 하나 둘 채워갑니다.     

사치에가 조바심으로 욕심을 내었다면 안정적인 리듬감은 깨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조급함이 생기면 템포는 고무줄이 되고, 그 음악을 즐기기란 쉽지 않겠죠.

원두 기계를 훔치러 온 가게 전 주인까지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 명장면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겁니다.     


사실 카모메 식당은

'느린 삶에 대한 예찬,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 사람이 나누는 따뜻한 정으로 가득한 힐링 영화',

'커피, 시나몬 롤, 오니기리, 연어구이 등으로 침샘 자극하는 음식 영화'로 유명하지만

저는 사치에의 리듬과 템포, 그것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근원적 힘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제가 최근에 의욕적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조급증이 생기고 리듬감과 균형이 모두 깨져서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만난 영화 '카모메 식당'은 마치 대박집 사장님께 비법을 전수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정확히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여느 경영학 지침서보다 더 많은 배움을 주었습니다.       


혹시 조급한 마음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사치에를 만나러 저와 함께 카모메 식당으로 가보는 건 어떠세요?

느긋한 그녀의 연주에 생각과 몸을 맡기고 나면 다시 본래의 리듬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카모메 식당의 명장면_ 원두기계를 훔치러 온 前주인과의 저녁식사


-에필로그-

“아니, 무슨 카모메 식당 이야기를 이렇게 썼어.”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앞으로 ‘영화洞人’은 이렇게 저의 생활과 밀착된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처럼 좌충우돌 사장 성장 드라마나,

두터운 연애 경험에서 비롯된 다양한 종류의 사랑에 대한 회상 등 말이죠.

참, 그런데 왜 꼭지명이 ‘영화洞人‘이냐고요? 제가 사는 동네가 진짜 영화洞이거든요.

매달 제 삶에 영향을 준 영화를 가지고 넋두리도 하고, 위로도 해드릴게요.

기대는 말고, 동네 친구 얘기 들어주듯 편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본 글은 매달 대전 예술의 전당 웹진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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