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洞人_ 7. 영화 ‘심야식당’_ 마츠오카 조지 作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허탈한 퇴근길.
열정을 다해 매진하고 있는 일에 대해 부정적인 첨언만 잔뜩 듣게 된 날.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으로 잠을 잘 수 없는 밤.
망쳐버렸다는 좌절감으로 어디론가 도망가서 숨어버리고 싶은 때.
그런 날, 여러분을 위로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여기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찾는 식당이 있습니다.
특별한 메뉴판은 없어요. 주인장이 할 수 있는 음식이라면 모두 가능합니다.
자리는 모두 일인석이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해도 어색하지 않아요.
모두 배와 마음의 허기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거든요.
여기가 어디이냐고요? 영화 ‘심야식당’입니다.
새벽 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영업을 하는 도쿄 번화가 뒷골목 식당을 중심으로 그들이 주문하는 음식,
그에 얽힌 삶과 이야기를 풀어놓는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입니다.
독특한 영업시간만큼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다양합니다. 마음 순수한 야쿠자도 있고, 마사지사를 남자친구로 둔 스트리퍼도 있고,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잠잘 곳도 없는 무직의 청년도 있어요.
사람 생김이 모두 다른 것처럼 같은 모양의 인생도 아닌데, 겪고 있는 삶의 희노애락 색들은 매 한가지입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식당 한켠에 제가 앉아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그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옆에서 듣는 것 같고, 한 그릇의 음식으로 위로를 받은 이들의 모습을 보면 제 마음도 푸근해지는 것을 느끼거든요.
제게도 저만의 ‘심야식당’과 힐링 음식이 있습니다.
1년 전, 하고 있던 일에 대한 무력감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단순 이직이 아니라 업 자체를 변경하고 싶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죠. 사실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이 더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하루는 밤에 잠이 안와서 카페를 하는 친구한테 문자를 보냈어요. 문 닫기 직전이라는 말에 잠옷에 점퍼만 걸치고 찾아갔습니다. 제가 가게 문을 들어서자마자 이 친구는 오늘밤이 길어지겠구나 싶었나봐요.
보드카와 안주 몇 접시로 밤을 새워 울고, 웃고 떠들었는데 눈 떠보니 다음 날 정오더군요.
부스스하게 일어나 주섬주섬 갈 채비를 하는데 해장 하고 가라면서 이 음식을 꺼내왔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토마토 수프였어요. 마늘이 들어가 살짝 맵지만 전 날 과음으로 놀란 위에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그릇 바닥이 보일 때 쯤 눈물이 왈칵 나더군요. 구구절절 오글거리는 위로의 말을 건넨 건 아니었지만, 보울 가득 응원의 마음이 담겨있다는 건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도 힘든 날이면 그 토마토 수프가 생각이 나요. 맛보다는 한 그릇 가득한 위로가 필요한 것이겠죠.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 지 어떤 단어보다 ‘위로’라는 단어에서 온기를 느낍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주었던 기억은 별로 없네요.
물론 그것은 받은 사람만 기억하겠지만,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인색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결심했어요. 요즘 일이 바쁘고 많아서 힘들어하는 남자친구를 위해 마지연표 ‘심야식당’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대신해야겠다고 말이에요. 맛 보다는 수북하게 담겨 있을 사랑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주의 사항은 필수겠죠.
여러분도 올 겨울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위로’라는 온기를 선물해주시면 어떨까요?
히트텍 아닌 하트텍 예쁘게 달린 따뜻함을 말이에요. : )
에필로그
제가 위로 받았던 친구의 카페는 수원에 있어요.
화성 성곽 근처에 있어서 여행 코스로 들리셔도 좋을 것 같아서 소개 및 깨알 홍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