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 back and enjoy the ride
2017년을 시작하면서 결심했던 것 중의 하나는, 일주일의 하루의 반나절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꼭 가지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이 결심은, 일을 정말 잘하기 위해서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외에도, 일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꼭 따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몇개월간, 투자 유치 라는 과정을 통해서 회사도 저도 부족한 점을 깨닫는 과정이었습니다. 투자사에서 받은 질문은 ‘우리의 가치를 몰라줘서’ 라고 하기에는 더없이 중요한 피드백들이었고, 훌륭한 대표님과 팀원들이 없었다면 그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 투자를 받으면서 돌아봐야 할 것은 나의 부족함 이었으니까요.
정말 상대적으로 좋은 투자자와 팀을 만나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생각하지만, 투자유치의 과정은 정말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우선, 2가지의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상당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할 뿐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고갈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더 힘든 것은 필수적으로 이 과정 자체가 ‘까임(rebuttal)’을 전제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대학원 시절에 ‘아, 대학원생들이 왜 우울증 환자가 많은지 알 것 같다’는 시절이 생각날만큼..- 논문을 쓰는 과정은 논문 안의 수많은 논리적 연결고리 안에서 허술한 부분에 대해서 ‘지적질’을 들음으로써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니까요. 더 어려운 것은, 이번의 그 ‘까임’들은 정답이 있는 것들이 아니라 A에게서는 XYZ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서도 B에게서는 QWE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 상태에 이르면,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은 부족해지고 이기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이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이란, 내 입장에서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네, 반성합니다..ㅠㅠ)
결국 말을 한다는 것은 ‘내가 맞았지?’를 주장하고 증명하기 위함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내 말로 인해 1)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거나, 2) 내 생각에 동의해주기를 바라거나, 3) 내 생각대로 행동해주기를 바랄 때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내 생각의 배설에 가까운 것은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며,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결국 듣는 사람의의 감정과 상태도 고려가 되어야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겠다는,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기초적인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진짜 말해놓고도 너무 부끄럽습니다. ㅠㅠ 이런 초등학교때 배우는 것을..)
어떻게든 진심은 전해진다는 나이브한 마음이 아직도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일기장에 적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문득 드는 생각은, 좋은 리더라는 것은 가장 논리적인 사람이 아닐수도 있고 – 심지어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 일은 인간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인간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리더의 자격을 가진다.”
1) 신중함과 여유의 가치
조급해하지 말고,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해야 했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적게 듣고 적게 생각하고, 성급하게 판단해버렸습니다. 그러나, 회고해보면 생각보다 시급을 다투는 일은 별로 많지 않으며, 심지어 되돌릴 수 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많은 문제는 빠르게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문제를 가볍게 다루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조급한 마음은 두려움에서 나왔습니다. 네, 사실 많이 두려웠습니다. 아마 두려운 것은 저 혼자만의 일은 아니었을겁니다. 그렇기에 요새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Building a Business When There Are No Easy Answers”에서도 다음과 같이 써놓은 구절이 있더라고요.
When my partners and I meet with entrepreneurs, the two key characteristics that we look for are brilliance and courage. In my experience as CEO, I found that the most important decisions tested my courage far more than my intelligence.
심지어 저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는지 어느 날 일기에 이렇게 써 놓기도 했었습니다.
“두려움이란 무엇일까? 두려움이란 무엇인가를 잃을 수 있다는 것에서 나온다. 곧, 어떤 것을 Risk Taking하는 과정이고,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분명 얻고자 하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두려움이라는 감정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위해서 (my stake) 이것을 하는가’, ‘내가 이것을 이루기 위해 걸고 있는 리스크는 무엇이며, 그 위험은 얼마나 되는가’라는 점이다.”
다행히도, 결국은 이러한 두려움에 직접 대면하면서, 저는 제 자신을 한단계 알아가는 과정을 겪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를 원하는지, 내가 속한 곳이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기를 원하는지..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정리하고 생각하다보면 많은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되었습니다.
2) Prioritization – put first things first
이렇게 정신에너지를 쏟다보니 하나 깨달은 것은, 중요한 결정과 중요한 이야기는 정신과 몸이 맑을 때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저의 생각의 속도는, 때로 회사가 필요한 생각의 속도보다 느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타이밍은 가끔 어떤 일의 전부이기도 한데, 그런 경우 끝나고 회고해보면 그만큼 아쉽고 또 아쉬운 일이 없었습니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일찍 신경썼더라면, 조금 더 일찍 결정 했더라면..
이는 다른 말로, 항상 체력과 정신이 고갈되는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일에 대해 얼마나 잘 우선순위를 두고, Jeff Bezos의 Type 1, Type 2 의사결정처럼, 덜 중요한 일을 얼마나 잘 발라내고, 그러한 결정에 시간을 적게 써서 정말 중요한 Type 1의 결정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집중하느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우선 순위에서는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Building a Business When There Are No Easy Answers”의 구절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Take care of the people, the product, and the profit, in that order.
사람이 바뀌려면, 시간을 달리 쓰거나, 공간이 바뀌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하는데 – 그만큼 사람이 바뀌기 어렵다는 이야기겠지요. 저도 늘 차와 사람은 고쳐쓰는 거 아니라는.. 농담을 자주합니다만 –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다시한번 자신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점들을 더 처절하게 (..) 깨닫고 나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싶다는 다짐이 저를 스타트업에 오게 했고, 계속 여기에 머물게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