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단발머리를 항상 유지해 왔었다. 어느 정도 머리가 길면 목 뒤로 머리카락이 무거워지는 그 느낌을 며칠도 견디지 못하고 바로 미용실로 달려가 원래의 길이로 잘랐다. 그러다 보니 나는 곧 단발머리라는 공식이라도 성립이 된 것인지 주변에서 항상 ‘너는 무조건 단발이지 ‘ 라며 답을 정해주곤 했다.
올해 한국나이 마흔이 되고 어느 날 갑자기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웨이브진 긴 머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를 기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기장이 길어질수록 머리숱이 많은 나는 점점 무거움을 느껴 중간에 한 번씩 미용실을 방문해 머리의 숱을 치고 정리를 했다. 바로 미용실을 가지 못하는 상황일 때는 어쩔 수 없이 반묶음을 하고 지내다가 묶을 수 있는 기장이 되었을 때부터는 집게머리로 돌려서 집어버렸다.
그렇게 여름에 덥다는 핑계로 머리를 묶거나 집게핀으로 올려 다니다가 요즘 날씨가 선선해져서 다시 한번 미용실에서 층도 내고 숱도 친 다음 야심 차게 머리를 풀고 다녔다.
그랬더니 주변에서 보는 사람마다 반응이 한결같았다.
“ 머리 뭐야? 언제 이만큼 길었어?”
“ 머리가 이렇게 길었었어?”
“ 왜 머리 안 잘라? 빨리 단발로 다시 잘라”
“ 내가 그랬지, 너는 단발이 그냥 너의 신체의 일부로 생각하고 항상 유지하라고! “
내가 내 머리를 한번 길러보겠다는데 왜 이렇게 주변에서는 협조를 해주지 않는 걸까. 그래서 속상한 마음 한 스푼 얹어 긴 머리가 그렇게 어울리지 않냐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 안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너는 단발이야’ 다.
거울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혼자서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볼 때마다 못생겨 보였던 건가. 결국 나는 긴 머리를 못할 팔자인가. 내가 긴 머리를 해보고 싶었던 이유는 나이가 들면 결국 다 짧은 머리로 지내기 때문이다. 단발이든 커트든 결국 나이가 든 여사님들을 보면 긴 머리는 거의 못 본 것 같다. 그래서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마흔은 요즘 시대엔 엄청 늙은 건 아니니 긴 머리를 도전해 보자 했던 것인데 아무도 나의 결정을 지지해 주는 이가 없다.
내가 항상 가는 미용실 실장님은 머리를 기르겠다고 하니 ‘그전에도 결국 다시 자르셨잖아요’ 했다.(나를 너무 잘 아신다.) 그래도 이번에는 진짜라며, 믿어보라며 괜히 패기 있게 각오를 공유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아니 아주 많이 결심이 흔들리는 날이다. 이러다 조만간 미용실을 방문해서 다시 싹둑 잘라버리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하루하루 조금만 더 마음을 다 잡아보고, 내가 애초에 계획했던 샤랄라 웨이브 긴 머리를 한 번은 완성해 보고 자를 수 있길 나 스스로에게 바라며 당분간은 머리에 신경도 못쓰게 더 바쁘게 지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