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첫 유럽1

1. 여행을 준비하면서

by 목하


딸아이의 수능 한 달 전부터 나는 유럽 가족여행 일정을 잡기 위해 인터넷을 파기 시작했다.

여행의 출발 여부는 수능의 결과와는 무관할 것이라고 가족들에게 미리 언질을 해두었다. 그간의 노력과 성실은 어떤 결과 앞에서도 당당한 것이었다. 출발은 수능 일정이 모두 끝나는 2월로 잡았다.


딸아이는 고3 수험생이었다. 11월은 일 년간, 아니 고등 3년 간의 열정을 쏟아부을 결전의 그날, 수능이 있는 달이었다. 오랜 기간의 긴장감과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절제의 기간은 수험생 본인뿐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입시를 앞둔 아이의 수험생활에 부모의 안정된 태도는 매우 당연하게 요구되는 것이었고, 그런 생활에 한 치의 의구심도 가지면 안 되는 암묵적인 엄중함이 생활 속에 깔려있었다.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쉽지 않은 학과를 선택했지만 아이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간다는 일념 하나에 초집중해 있었고 어떤 외부조건에도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아이의 그런 모습이 나에게는 신앙과도 같은 믿을 구석이었던 것 같다.




먼저, 가고 싶은 여행지를 최소한으로 정하고 항공편과 숙박지부터 예약했다.

여행지는 LONDON-BARCELLONA-PARIS. 3개 도시! 2주간의 일정이었다.

4개월여 전에 미리 알아보다 보니, 항공편은 카드사와 제휴 할인하는 저렴한 가격대가 있었다. 12시간의 장거리 비행이라 더 편한 국적기 직항을 원했는데, 출발과 도착 모두 대한항공 직항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


출발 전 인천공항에서



나라마다 숙박할 곳을 정하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고민과 결정이 필요했다. 지구 반대편 저 너머의 장소에 우리가 잠잘 곳을 결정한다는 것은 거의 도박에 가까웠다.

하나의 정보에 확신을 가지기까지 그곳의 다양한 정보를 다 체크해야 했다. 겨우 결정 근처에 오기까지가 뭐 하나 쉽지를 않았는데, 그 과정을 반복했다. 날씨와 지리적 조건과 교통과 먹거리와 그리고 그에 대한 다양한 국적인들의 후기까지 섭렵하는 과정...

유럽여행이 처음이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다 싶었는데 나는 그때 지금보다 더 극심한 J성향이었던 것이다.


항공기는 국적기라 짐무게만 체크하면 예약이 쉬웠다.

그런데 유럽의 비싸고도 작은 호텔들은 그다지 관광객에게 친절하지도, 정보제공에 후하지도 않았다. 예약확인과 수정을 위해 숙박지에 정정 요청 메일을 보내고, 느린 회신을 기다리고 대응하면서 참 오랜만에 실전 영어의 참담한 수준을 체험했다.

유럽 내의 이동을 위해 유럽 저가항공을 예약했다. 일처리가 더딘 저가항공사의 행태에 불안과 화가 치밀었다가도 오케이 메일을 받고서는 금방 감지덕지... 감정의 다양한 폭을 경험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렇게 하나씩 예약 바우처가 쌓이고 일정에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2주일간의 유럽 자유여행 스케줄은 그럭저럭 완성되었다.


2월, 딸아이가 원하던 대학의 등록을 마치고 우리 가족은 드디어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모든 시간이 우리들의 편이었다. 기대한 대로, 예측한 대로 상황은 맞추어 흘러갔다. 성실한 삶에 대한 보상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보상을 누리게 해주는 이 상황에 감사의 마음이 절로 생겼다. 딸아이 앞에 펼쳐질 새로운 삶에도, 20년을 함께 한 남편과의 삶에도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되는 순간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염원하고 준비하면 이루어진다더니 정말 이런 시도가 가능하게 되었구나... 그동안 눌러두었던 스트레스도 풀고 마구마구 해방감과 즐거움을 느끼고 누려주리라. 하하하.'

런던상공의 비행기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