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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L Jan 19. 2024

맛있는 글

두부조림



남편은 어릴 때 할머니가 해주시던 두부조림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했다.  달지도 짜지도 않고 국물이 좀 있은 두부조림인데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단다.  (한식을 안 좋아하는 코리안인데도)

나는 대충 혼자 맛을 상상을 하며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아도 남편은 매번, ”맛은 있지만 이건 아니야. “라며 퇴짜를 놨다.

마침 시어머니도 아들이 하도 그걸 좋아해 별 좋은 재료를 다 써가며 해봤어도 그 맛이 안난다신 참이었다. 그것 때문인지 할머니의 두부조림은 마치 오래전부터 소문으로만 전해진다는 신비한 무엇 같았다.


그러다 어느 날 간 한국에 시외할머니댁에 인사를 갔을 때 드디어 할머니의 두부조림을 먹어보았다.  

식감은 내가 알고 있던 그 식감이 아니지만 맛은 분명히 많이 먹어본 맛인데…

할머니에게 종이까지 가져가 적어가며 레시피를 여쭸다.  

할머니는 별거 아니라며 설명해 주시고, 우린 그 주위에 모여 앉아 비장한 각오로 듣고 있었는데, 남편이 그렇게 그리워했고, 어머니가 별 좋은 재료를 다 써도 안됐던 맛의 비결은…….


“미원” 이였다.


”엄마 그거였어?! “ 라며 어머니는 배를 잡고 남편도 나도 눈물이 날 때까지 웃었다.

그렇타, 내 천연조미료로는 택도 안됐을 감칠맛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하도 많이 해서 눈감고도 할 수 있는 나의 시할머니식 두부조림.

내가 알고 있는 두부조림은 납작납작한 두부를 팬에 부쳤다가 얕은 냄비에 차곡차곡 쌓아서, 간장, 파, 마늘, 넣고 조리는 거였는데, 할머니 두부조림은 좀 다르다.  


이 두부조림은 두부를 부치지 않고 생 두부를 납작하게 썰어 두 칸 정도로 얕은 냄비에 쌓은 후, 올리브 오일을 살짝 두른다.  그리고 그 위에는 간 소고기나 돼지고기 한두 스푼을 얹고, 간장과 물을 1:1로 해서 두부탑이 잠길 정도로만 붓는다.  거기에 꿀 조금, 고춧가루 한 스푼, 파, 마늘, 반스푼씩 다 때려 넣고 무조건 조린다.  

아, 거기에 미원 조금 넣으면 우리 시할머니 두부조림이고, 천연조미료를 넣으면 내식 데로의 감칠맛은 좀 덜한 두부조림이 된다. 중간중간 양념장을 끼얹어서 두부탑이 다 똑같은 맛이 배게 하다가, 양념이 어느 정도 자작하게 졸여졌으면 완성이 된 거다.  


우리 집 단골메뉴로 이 두부조림으로 굳힌 데는, 남편의 추억음식이기도 하지만, 두부의 식감이 더 말캉하고 부친 두부보다는 두부가 양념을 덜 먹어 덜 짜기도 하다.  말캉한 두부 한 조각을 뜨거운 하얀 쌀밥에 쓱쓱 비벼 부셔서 한입 먹으면, 적당히 짜고, 맵고, 달큼한 게 은근히 밥도둑이고, 어느 누군가의 추억의 맛이다.


오늘 저녁 메뉴는 두부조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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