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솔직한 마음
지난 2주 동안 직장에서 일이 좀 있었다.
앞으로 휴직을 해야 하는 일정을 앞두고, 배려 차원에서 몇 개월 일찍 말씀드렸다가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승인하지 않으셨다. 아직 일이 해결되지 않았고, 내일 다시 얘기해봐야 한다.
처음에는 상사를 잘 못 만난 것이 너무 억울했다.
같은 사유로 다른 상사를 둔 동료들은 배려받기도 한다는데.. (배려는 바라지도 않지만)
그녀는 웃으면서 나를 편법과 법을 악용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며,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몰아갔다.
나는 이 일을 겪으면서, 주변 사람들도 솔직히 미웠다.
나 보다 덜 불합리한 일을 겪는 사람에게는 '나보다는 아니잖아.' 하는 알량한 (내가 더 큰일을 당했다는) 우월감(?)에 기분이 상했고,
내 얘기를 들어줬지만, 그래도 남일이니 그냥 건성으로 대답하는 그들의 모습에 솔직히 짜증도 났다.
위로라고는 했지만, 나중에 휴직하면 되지 (휴직을 못하게 하는 건 아님)라는 말이 나는 서운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생각들을 지금도 하는 건 아니다. 지난주 감정적으로 폭발했던 시기에 했던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역시 이 일은 내가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이구나. 인생은 혼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휴직도 남편을 보러 가려고 하는 거지만, 남편도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어쩔 수 없지'라는 말만 했으니까.
어제는 자리를 옮겨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공간에서 일을 했다. 왜냐하면, 내 자리에 있으면 동료들이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고, 위로도 해주고, 같이 욕도 해주고, 또 그 상사가 저지르는 다른 만행들을 들으며, 다시 내 일이 상기되기도 해서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 있는 게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퇴근 후, 같은 실을 쓰는 동료에게 부재중이 찍혀있었다.
" OO, 잘 퇴근했어요? 오늘 얼굴을 거의 못 본 것 같아서 무슨 일 있나 하고요. 걱정돼서."
혼자 있고 싶다고 하루 종일 혼자 일했지만, 사실은 이런 진심 어린 관심이 받고 싶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마웠다.
내가 인생은 혼자다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걱정, 위로, 말 한마디로 마음이 나아지는 거 보면 "누군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진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전히 내 앞에 놓인 일을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건 맞다. 내 외로운 감정을 해소하는 일, 불합리한 상사와 맞서 싸워야 하는 일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 그럴 때 분명 또 인생은 혼자다라고 생각하며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울며 해결하려고 하겠지.. 하겠지가 아니라 당장 오늘, 내일 출근하면 해결해야 한다.
그래도 내가 이렇게 7년째 일을 하고 있는 건, 외롭다 하면서도 여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포기하고 싶어질 때쯤 생각지도 못한 주변 사람이 건네는 말과 행동 때문인 것 같다. 어제 동료와 통화하면서 느낀 건 꼭 나에 대해서 자세히, 나를 깊게 알아야 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문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화를 끝으로 '인생은 혼자다'라는 주제의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인생은 혼자야!라고 마음속에서 소리치며 이 글을 시작했을 땐, 제가 결혼하고 얼마 안 되서였습니다. 싸운 것도 아니었는데, 외로움과 집에 대한 그리움으로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썼던 것 같아요. 원래도 불안감을 자주 느끼고, 이 일로 상담과 병원을 오래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 제 주변 사람들의 탓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꼭 외롭다고 느껴질 때면, 배우자가 미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 혼자 잘 살아볼 거야! 인생은 혼자야!'라는 분한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사실 나는 관심이 필요하구나를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외치면, 누군가 해줄 위로가 그리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한마디에 풀리기도 하고요. 일주일 내내 울다가도, 어제 같은 전화 한 통이면 '아, 그래도 나는 동료를 잘 뒀지.' 하면서 금방 또 괜찮아졌거든요. (이 정도면 조울증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당장 이제 출근하면 또 혼자 처리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 오는 외로움과 불안감은 더더욱 제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겠죠. 그런데 이제는 솔직해지는 게 낫지 않을까. 애기처럼 마음에도 없는 '인생은 혼자야'라고 소리 지르는 게 아니라, '나 외로운데, 옆에 있어줄 수 있어?'라고 묻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
어제 독자를 고려한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책을 읽으며, 그동안 브런치에 쓴 독자를 고려하지 못했던 글들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한 시간 내서 읽어주신 분들과 좋아요 눌러주시고, 가끔 댓글도 남겨주신 분들에게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그런 공감이 필요해서.. 썼어요... 저에게는 조회수 하나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독자들을 고려한 글쓰기로 돌아올게요. 오늘도 모두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