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와의 인연

아이가 가져다 준 향신료 사랑

by 파동



임신한 이후로 식성이 바뀌어서인지 카레가 그렇게 먹고싶었다. 카레 관련한 레시피를 찾고 가게들을 엄청 돌아다녔다. 이제 아기낳으면 갈수 없다고 생각이 들어 서울에 자주 가서 혼자 카레를 먹었다. 그덕인지 아이는 초음파 사진에서 인도 청년같은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고, 태어나면 '엄마 여기가 어디에요? 인도에요?'라고 물어볼것만 같았다. 막상 태어난 아이는 그렇게까지 곱슬이 아니었지만 나를닮아 조금은 곱슬기가 있었는데 몇개월 지난 지금은 배냇머리가 다 빠지고 가느다란 예쁜 머리가 났다.


아이 덕분에 카레를 알아가던 그 즈음에, 주변에 인도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수원에 살고 있다. 거대한 S 회사가 근처에 있어서인지 우리아파트에는 인도사람이 많이 산다. 사실 이전에도 주변에 인도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눈에잘 들어오지 않았다. 인도 사람이라니. 매일같이 카레를 만든다는 그 사람들이네!! 그들과 친해지고 싶었지만 뭔가 부끄러워 도전하지 못하던 몇 일을 지나, 드디어 엘레베이터에서 만나 이야기 했다. 생각보다 인도 친구들은 매우 친절했고, 기꺼이 그들의 주방을 오픈해 카레 만드는 것을 보여주었다. 첫번째 사귀었던 인도 친구는 알게된 이후 곧 인도로 떠나게 되어 오래 같이 하지 못했지만, 이사 갈때 가지고 있던 향신료를 다 주고 가서 감사히 받아 처음 카레를 해보게 되었다.


남편의 '내 카레'와의 인연은 그때 부터이다. 임신한 상태에서 감기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따듯한 강황 차가 먹고 싶었다. 강황 차라니..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강황 차를 어디서 구하지? 왠지 뜨끈한게 먹고 싶었던거 같은데, 향신료의 매캐함이 너무 그리웠나 보다. 나는 인터넷을 뒤져서 강황과 꿀을 뜨거운 물에 섞어서 먹었다. 그리고 만들었던 게 카레탕(남편의 표현)이다. 이당시에는 난 아직 한국 카레의 대표격인 바몬드 카레에서 아직 인도카레로 넘어오지 못한 경계선에 머물러 있었다. 인도카레의 레시피를 그저 구경만 하고 잘 시도는 못 해보고 있던 찰라, 인터넷의 어떤 글귀에서 보니 자신이 카레가루와 들깨가루, 강황가루 기타등등 여러 가루들을 섞어서 카레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봤다. 당장 실천에 옮겨 카레 국을 만들었다. 나는 '뜨끈하니 좋다'하고 겨울내내 잘 먹고 아이를 살찌웠지만, 남편은 한국과 인도카레의 어디 중간에 위치한 이 카레라고 하기도 힘든 것을 견디기 너무 힘들어 했다. 그 시기를 지낸 남편은 '이제 카레가 싫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기 시작했다. 임신기의 뾰족함과 억울함을 달고서 나는 '이 맛있는 카레를 왜 안먹냐'고 토로했지만, 남편은 우리가 처음 데이트했던 곳도 인도 카레점이라는 것을 명시하며 '나는 카레가 싫은게 아니다. 카레국이 싫은거다'라고 딱잘라 이야기 했다. 속상해진 나는 인도 카레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의지에 불타올랐다. 카레를 더 많이 먹고 인도사람에게도 배워보고 책도 많이 읽자! 하고 아이가 나오기 전까지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카레 배우기 방법에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