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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프란 곽여사 Apr 04. 2024

성실한 사람을 우습게 보면 안 되는 이유

인생의 꿀팁 지도를 만드는 사람들

오늘의 달리기

달리기를 시작하고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속도나 거리보다 ‘꾸준함’이었다. 용두사미는 신이 나를 위해 만든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난 참 끈기가 없는 사람이다. 수중에 돈이 좀 생기면 무언가를 벌려 이것저것 사재 끼기 바쁘고, 다 사놓고 나서는 그 아이디어가 금세 시큰둥하게 느껴져 사놓은 물건들이 방구석에서 먼지와 함께 썩는다. 매 번 이런 결과를 내니 스스로도 의심스럽고 누구에게 ‘나 이거 시작하기로 했어!’라고 말도 못 꺼낸다. 그런 나이기에 건강의 문제가 달린 달리기는 무조건 꾸준히 하리라, 그렇게 결정했다.

저녁 무렵 케이블카 종점

그렇게 일단 꾸준히만 하자, 마음을 먹고 나니 늦잠을 자더라도 일단 집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시간은 들쭉날쭉 하더라도 나와서 같은 코스를 달렸다. 처음 1주일은 너무 몸이 힘들어 헐레벌떡 죽을 둥 살 둥 뛰느라 전혀 주변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10일쯤 달렸을 때 매일 달리는 코스 턴어라운드 지점에 커피숍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달리는데 급급해서 코너에 쏙 들어가 있는 커피숍을 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거기서 따듯한 커피 한 잔을 사들고 나니 주변을 더 찬찬히 보게 되었다. 찬찬히 구경도 할 겸 조금 더 멀리 뛰게 되었다. 왕복 6km의 거리가 조금씩 늘어 8km가 되었다. 8km는 또 조금씩 늘어 10km가 되었다.

각기 다른 날 같은 장소


꾸준히 달리면서 늘어난 것은 거리뿐만이 아니다. 처음 달릴 때는 커피를 마시고 1/3 지점쯤 왔는데 갑자기 복통이 와서 다음 화장실까지 식은땀을 흘리며 어기적거리고 간 일이 종종 있었다. 지금은 그 사이사이의 공원 화장실과 관광객을 상대로 한 갤러리 건물 안의 공용화장실까지 훤히 꿰뚫고 있어 급하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다. 또 바람이 유독 심하게 부는 구간도 훤히 알게 되어 춥게 느껴지는 날은 그 구간은 피해서 돌아간다. ‘위험요소’를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달리기의 꿀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쌓인 결과다.

금문교

나는 달리기를 말하지만 만약 이게 ‘창업공부’ 이거나 ‘유튜브채널운영‘이라면 어떨까? 그게 너무 거창하게 느껴지면 ’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라는 5분짜리 고민도 좋다. 그것을 꾸준하게 매일 해내는 사람들이 사소하게 걷어들이는 정보와 노하우가 쌓이면 내 머리에 ’ 달리기 꿀팁 지도‘ 가 생긴 것처럼 누구나 ’ 인생의 꿀팁 지도‘ 가 생길 수 있다. 위험을 예측하고 그것을 비켜갈 노하우가 축적된다.


SNS에서는  ’ 언제까지 월급쟁이로 살 텐가!‘ 같은 자극적인 문구로 사람들이 응당 구비해야 할 성실함과 끈기 같은 덕목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 이력서에 3,4개월짜리 경력만이 수두룩한 사람은 어떤 결과도 내지 못한다. 항상 급하기만 하고 내공이 쌓이지 않는다.


성실함이 잘함을 이긴다. 잘하는 사람이 성실한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 아무리 잘해도 중간에 하차하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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