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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프란 곽여사 May 14. 2024

달리기로 박살난 멘탈 이어붙이기

아무리 박살 내봐라, 부서지나!!!

조용한 바닷가는 힐링 그 자체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냥 누워있자.’


눈 뜨자마자 머릿속에 든 생각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이다. 현대인들이 매일같이 하는 생각 중 하나일 것이다. 주말 내내 이리저리 치였고, 알레르기로 고생했고, 또 너무 속상한 일이 있어 며칠 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아픈 것이 더욱 힘들었고 결국은 내 잘못이라는 자책도 진이 빠지게 했다. 그렇게 주말 내내 시달리며 보냈더니 오늘 아침은 정말 몸과 마음이 텅 빈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달리던 사람이라 창 밖의 날씨를 한 번 살펴보고 옷을 꿰입었다. 계속 누워있으면 허리통증이 도져 정강이까지 시큰거리기 때문에 누워있으래야 누워있을 수가 없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밖에 나가서 공원 한 바퀴만 돌고 오자,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옷을 입고 나갔지만 매 번 그렇듯이 몸이 달리기를 기억한다. 나가서 한 블록을 채 걷기도 전에 다리가 알아서 슬슬 뛰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이 텅 비었다고 생각했는데 달리기를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온 건지 알 수 없다. 무리하기 싫어 보폭을 좁혀서 타닥타닥 아주 느리게 달리기 시작했다. 1km를 달리자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펴지고 온몸에 온기가 도는 것이 느껴진다. 달리면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내 몸도 달리면서 에너지를 만드는 게 느껴진다. 기분이 좋아졌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의 느낌도 좋고 시리게 느껴지던 아랫배에 뜨거운 기운이 도는 게 느껴져서 한결 달리기가 편해진다.


바닷가에 도착해서 조용한 해변을 바라보니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다. 느긋한 관광객들의 조용한 분위기도 좋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도 참 좋다. 이렇게 나와서 더운 김을 좀 식히고 잔잔한 바닷물을 바라보면 마음을 복작이던 수많은 생각들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결론이 난다. 결론이 항상 그렇다.


‘그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나는 내 삶을 담담하게 살아가면 돼.‘


나를 아프게 베었던 그 말도 사실은 의미 없는 아무 말이었고, 나를 아프게 한 사람도 사실은 자기가 그 말을 한지도 기억 못 하고, 지금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은 내가 오늘을 충실하게 살면 사라지는 연기 같은 것이라는 것.

오르막을 오를 때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힘들고 이 힘든 구간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느껴져 절망스러워도 모든 오르막엔 반드시 끝이 있고, 그 이후에는 시원한 바람과 달콤한 커피 같은 보상이 있다는 것. 그게 내가 달리기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다.


지금 누가 너무 밉거나, 누군가에게 친절하지 못해서 자책이 들거나, 나의 내일이 불안한 사람들은 나가서 달려보자.


오늘을 다시 살아갈 힘은 달리기에서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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