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루저인 거야?
왜 아무도 연락이 없지
2019년 7월, 나는 의기소침한 얼굴로 집에 앉아있다. 레스토랑에서 일하기로 결심하고 이력서를 써서 보낸 곳이 7-8군데는 되는데 어느 곳에서도 연락이 없었다. 기다림의 끝에 공항 라운지에서 면접을 보라는 연락이 왔지만 막상 가서 보니 이른바 ‘대기조’ 란다. 정규직원이 일을 못 할 상황이 오면 투입되는 인력인데 언제, 며칠을 일해야 하는지 모르는 일이란다. 장난해? 누가 그런 일을 하겠다고. 너 같으면 하겠냐? 연락처 적어두고 가겠냐고 묻길래 NO,라고 심플하게 대답하고 돌아 나왔다.
나는 바텐더 경력도 5년이고 레스토랑 경험도 있는데 (10년 전이지만, 그리고 1년이라고 뻥쳤지만) 왜 연락이 안 올까. 의기소침한 나를 보며 남편은 느긋하게 기다리라 했지만 일하지 않고 돈을 까먹는 일만큼 내 신경을 좀 먹는 것은 없었다. 돈은 통장에 꽤 많았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그 돈은 눈 깜박할 새 사라질게 뻔하다. 게다가 남편의 ‘문제는 문제일 때까지 문제가 아니다’ 하는 성격상 지금, 롸잇나우 일을 해야 한다. 나라도 준비해야 덜 고생하지. 믿을 것은 나 자신뿐.
나는 이때 자신감이 없어서 될 법한 곳을 찾아서 보내다가 문득 Brazilian Stesk House라는 곳의 구직광고를 봤다. YELP 옐프를 찾아보니 난 안 되겠다. 너무 좋아 보인다. 하지만 안되면 안 되는 거고. 이곳은 고기를 무제한 먹는 곳이고 시부모님 댁에 놀러 가서 몇 번 가 본 곳이라 호기롭게 지원했다.
지원하면서 한 줄 멘트에 ‘난 고기를 좋아하는 Meat Lover이고 시부모님 댁에 놀러 가서 브라질 스테이크 하우스에 많이 가봤다, 고기를 좋아해서 손님들에게 추천도 잘할 수 있다.’라고 호기롭게 적었다. 초등학생 같은 멘트지만 지금 봐도 솔직하고 정말 진심이다. (나중에 매니저가 말하기를 이 멘트에 끌려 나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
이력서를 써내고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나는 그나마 연락이 온 아주 한가한 부티크 호텔의 조식 서빙 담당 면접을 보러 갔다. 매니저는 나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해서 당장이라도 채용을 하고 싶어 했지만 위에서 몇 차례 결재를 받아야 한단다. 그나저나 아침 식사를 5시 반에 시작하는데 나는 그 준비를 4시 반에 하러 나와야 한단다. 올빼미 체질의 나에게 한 없는 부담이 되었다.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연락 온 게 어디야! 하자!’ 하고 집에 터덜터덜 걸어왔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리링-
모르는 번호인데, 흠.
‘여보세요?’
‘하이, 지영?’
‘네. 그런데요?’
‘여기는 브라질 스테이크 하우스 Fogo De Chao인데요, 아직 구직 중이신가요?’
‘네? 네!’
‘그럼 혹시 내일 오후 2시 면접 보러 오실 수 있나요?’
‘네!’
와. 이거 뭐지? 나 면접 보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