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ing mommy We can mom it
은퇴 후 노부부만 남은 집은 생각보다 평온하지 않았다.
어떻게 40년 넘게 살아온 부부가 저렇게 서로에 대해 모를까 싶을 만큼
마치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기싸움할 때처럼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물론 주로 엄마의 일방적인 폭풍 잔소리와 푸념이 대부분이었고
딸 입장에서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제삼자가 봤을 땐 그럴 수도 있지 정도의 사안으로도 그러는 게 답답했다.
자식들이 나서서 설득도 해보고 나몰라라도 해보고 맞장구도 해보고 했지만
‘사랑과 전쟁’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일방적으로 ‘사랑과 전쟁’을 뚝 멈췄다.
아빠가 로또라도 됐나? 숨겨둔 땅이 있었나? 별의별 생각을 하며 넌지시 엄마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얼마 전 절에서 법문 듣는데 한 스님이 말씀하셨단다.
지금 남편이 내 속을 썩이고 있다면
전생에 내가 그만큼 남편에게 뭔가 죄를 지어서 그 업을 지금 받는 거다.
웬만하면 용서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말씀을 하시면서
한 가지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고 한다.
지금 상대방에게 자꾸 잔소리를 하고 비난하고 힐난하면서 그 업을 이번 생에 풀지 못하면
내세에서 부부로 다시 만난다고...
그 한마디에 우리 엄마는 ‘사랑과 전쟁’을 뚝 그쳤다.
지금 엄마에겐 내세에서 다시 아빠를 만나게 된다는 것
이보다 무서운 저주는 없기에...
나도 그만 입을 좀 닫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