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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Sep 14. 2022

상어와 돌고래, 누가 더 위험할까?

영국 교육


아이는 지난주부터 새로운 학교에서 초등학교 3학년을 시작했다. 영국의 아이들은 만 5세에 입학해 의무교육 11년에 대학 입시를 위한 A-Level 과정 2년을 포함해서 13년간 학교를 다닌다. 11학년까지 마치고 직업학교를 가거나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공립은 초등과정과 중고등 통합과정으로 각각 다른 학교를 다니고 사립은 13학년 전 학년이 한 학교에 있거나 세분해서 여러 단계의 예비학교로 나뉘기도 한다. 우리 아이는 초등 2학년까지만 있는 예비학교를 위한 예비학교 (Pre-prep school)를 다니다가 이번에 예비학교(Prep School)로 옮기게 되었다. 동네에서 가까운 학교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친구들과 헤어져 새로운 학교를 가야 한다는 것에 아이는 걱정과 불만이 있었다. 다행히 첫 날을 보내고서 '이보다 좋을 순 없다. (Couldn't be better)'라고 해서 우리를 안심시켰다. 학교 교복이 마음에 들고 음악 시간이 좋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철학 수업 시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 3학년 첫등교 >

 

오늘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나온 아이가 나를 만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묻는다.

 

"엄마! 상어랑 돌고래랑 둘 중에 누가 더 위험한 줄 아세요?'

"당연히 상어 아니야?"

"아니, 돌고래가 더 위험해요."

"......"

 

'상어와 돌고래' 이야기가 첫 번째 철학 수업 시간 질문이었던 것이다. 우리 아이를 포함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상어가 더 위험하다’고 답을 했단다. 선생님은 상어와 돌고래의 특징을 설명해 주고 다시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를 포함해 많은 아이들의 생각이 ‘상어보다 돌고래가 더 위험’으로 바뀌었다.

 

선생님의 설명은 이러했다. (심지어 철학 선생님이 따로 계시다.)


상어는 이빨을 드러낸 모습이 끔찍하기도 하고 영화나 만화에서  ‘식인 상어’ 또는 심술궂은 캐릭터로 등장한다. 돌고래는 놀이공원 워터쇼  ‘재간둥이’이며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이다. 그런데 실상은 공포의 상징이 되어 버린 상어는 시력이 나빠 청각과 촉각으로 먹잇감을 잡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해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면 누구도 의도적으로 괴롭히거나 해를 가하지 않는다.


돌고래의 경우 모든 감각이 발달해 있어 먹잇감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데만 만족하지 않고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괴롭히기도 하고 먹잇감을 대상으로 온갖 고문을 가하고 그것을 놀이처럼 즐긴 후에 잡아먹는다.

 

아이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게 사실인가 싶기도 했고 그렇더라고 무슨 동심 파괴 수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이는 이런 것은 배우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가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정확한 정보가 주어지면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해 유연하게 판단하라’, ‘의도적으로 남을 괴롭히는 머리만 좋은 사람은 멀리하라. 그들이야말로 진짜 무서운 존재다’

 

이 세가지만 알아도 인생을 사는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아이들의 철학 수업은 ‘Life Skill(삶의 기술)’ 커리큘럼 중 하나다.

 

<학교 커리큘럼 데이> 발표 자료를 살펴보니 예시 질문들이 예사롭지 않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을까?’, ‘돈은 악한 것인가?’, ‘시간은 어떤 모습일까?’, ‘시간의 개념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무엇이 사람을 성차별적으로 만드는 걸까?’ ‘남자아이들이 여자 아이들이 하는 짓을 한다면문제가 될까?’,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수업 방식도 어떤 정답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었다. 함께 다양한 질문을 만들고 열린 사고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문제집 푸는 기술만 배웠던 내 초중고 시절 이런 삶의 기술을 배웠더라면 내가 좀 더 지혜롭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 철학 수업 예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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