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벅차서 슬플 때가 있다. 순간의 기쁨이 10분이라면 나머지 5분은 그리워하는 데에 쓰기 때문이다. 달이 천천히 어둠을 끌어오듯 두 감정은 공존하다가 서서히 자리를 바꾸기 시작한다. 그러면 내 눈에 정체 모를 한 겹의 막이 씌워진다. 그 막이 생기면 초점이 허공으로 옮겨가며 나는 훗날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때 느낄 감정에 대해 생각한다. 오고 싶어도 올 수 없을 때. 올 수 있어도 더 중요한 것들이 나를 막을 때. 아직 거기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아도 도저히 갈 길이 보이지 않는 때도 있으니까.
운이 좋으면 마지막 1분은 현실에서 보낼 수 있다. 그때부터는 미래의 슬픔에 대비하기 위해서 순간을 온몸으로 감각한다. 대개 이 1분의 감각들이 제일 오래 남는다. 가야 할 때는 벌써 밀려온 그리움 때문에 조금 주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눈을 떼는 찰나에 눈에 담겼던 모든 것들은 감각 저장소로 옮겨 간다. 뒤돌아 걸어가면서도 이렇게 가까운데 그립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기쁨은 언제나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