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지유 Aug 15. 2022

누구도 매일 전력 질주할 수는 없다

번아웃을 겪고 있는 분에게 추천하는 도서, '이토록 멋진 휴식'

언제나 넘치는 에너지로 커리어와 생산성에 관련된 글을 줄기차게 쓰곤 했지만 요새 많이 지쳤음을 느꼈다. 무언가 할 에너지도, 재밌게 놀거나 누군가를 만날 에너지도 없었고, 계속해서 울리는 알림과 투두 리스트와 마감 일정에 메말라갔다. 사소한 알림 하나와 일정에도 자꾸만 신경이 곤두서고 마음과 몸은 긴장 상태였다.


스스로 번아웃이 아니라고 부인해 봤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정확히 번아웃 증상이었다.

“에너지 고갈과 피로감, 직장이나 업무와 관련한 거부감과 부정적인 생각 및 냉소주의 증가, 업무 효율 감소." 내면의 자원을 소진했으나 그럼에도 계속 가야 한다는 강박적 신경증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번아웃을 느낀다.


핸드폰에서 직무나 생산성과 관련된 미디엄, 브런치, 링크드인, 커리어리 등의 어플을 모두 삭제했고, 대부분의 오픈 채팅방에서 나왔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공부하고 정리하는 일도 멈췄다. 소셜미디어 이용을 줄이고 퇴근 시간 이후와 주말에 최대한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본가에 내려와 요가를 다니기 시작했고, 제 때 잘 챙겨 먹고 푹 자려고 한다. 그랬더니 아주 조금씩 에너지를 회복하고 있음을 느낀다. 여전히 100%의 컨디션은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전에 서재에 담아두었던 책 '이토록 멋진 휴식'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읽다 보니 현대인들이 '일이 미덕이고 여가는 게으름'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 이유와 여가와 쉼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등 우리가 생각해볼 법한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어 읽는 내내 흥미롭게 읽었다.


평소 직무와 관련된 글을 많이 공유하기에, '항상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고, 모두에게 각자의 속도와 가치관에 맞게 살아갈 필요가 있음'을 알려야겠다는 왠지 모를 사명감이 들기도 하여 최근에 경험한 나의 번아웃과, 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 책을 소개하고자 오랜만에 다시 글을 적게 되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 두 가지를 뽑자면 아래와 같다.

치열함보다 꾸준함이다. 치열함은 간혹 일어날 뿐이다. 최대치에 도달하려면 대가가 따른다. 누구도 매일 전력 질주할 수는 없다. - 피라스 자하비
좋은 휴식 뒤에 도약이 일어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서 인생은 더 강하고 날카로워진다 - 세네카(BC 4~ AD 65)



되돌아보면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매일 전력 질주를 했다. 일 외에도 여러 매체와 협업하며 외부에 글을 기고했고, 유튜브 영상을 매주 업로드했고, 리서치 모임을 운영했고, 커뮤니티를 운영했다. 당시에는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과 기회가 감사했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쁨이 커서, 지치는 줄 모르고 달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스케줄과 마감 기한 속에서 전력 질주하고 있었고, 예외적인 상황과 사람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는 점점 줄었고, 마음 편히 쉬거나 잘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 이런 시기에 관계에서 어려운 상황이 찾아오자 나는 마치 달리다 시동이 꺼진 차마냥 멈춰 섰다.






책을 읽으며 기존에 내가 가진 생각과 달라 '어?'라고 멈칫한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별도 인용구로 표시한 부분은 모두  '존 피치&맥스 프렌젤,『이토록 멋진 휴식』, 현대 지성, 2021'의 인용구임을 밝힌다.)


몰입 지대에 머무르기
훈련 시 늘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면, 그래서 회복하는 데 며칠씩 걸린다면, 자칫 부상 위험에 노출되거나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자하비는 이렇게 설명한다. “당신이 월요일에 윗몸일으키기 열 번을 하면 목요일까지 몸이 쑤실 거예요. 그래서 목요일까지 윗몸일으키기를 열 번 밖에 못하죠. 하지만 나는 매일 다섯 번씩 합니다. 목요일이 되면 20~25번 윗몸일으키기를 하게 되죠. 당신보다 내가 더 운동량이 많아요. 연말에 합산해보면 누가 더 많이 했을까요? 내가 월등히 많이 했겠죠. 진짜 중요한 것은 한 주에 도합 얼마나 많은 트레이닝을 하고 즐길 수 있는 가입니다. 얼마나 많은 양에 자신을 노출시킬 수 있느냐는 거죠.”
우리는 무언가가 너무 힘들면 불안감을 느낀다. 또 무언가가 너무 단조로우면 지루함을 느낀다. 그러나 무언가가 난이도와 기술이 맞아떨어지는 달콤한 몰입 지대에 있으면 우리는 희열을 느낀다. 무언가에 몰입하면서 행복감과 생산성이 올라간다.


겸허하게 거절하기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그는 거절을 잘하고 수락을 더디 한다. 그런데 그 마지막 프로젝트를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뜨면 오히려 수익률이 향상될 뿐 아니라 남은 삶도 극적으로 향상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핵심 비결은 정중한 ‘거절’과 성찰의 조합이었다
 ‘이 일을 얼마나 하고 싶은가?’ 적어도 10점 만점에 8점을 넘기지 못하면 거절한다. “그런 기준에 따라 대부분을 거절하면 당신의 삶 속에는 소중한 일에 올인할 공간이 생깁니다.


자신의 역량의 80%만 쓰기
자기 역량의 80퍼센트 정도만 쓰기로 스스로 원칙을 정했다(예전엔 100퍼센트를 썼다). 그래야 가슴 설레는 프로젝트가 들어올 때 수락할 여력이 생기니까.
때로는 덜 하는 것이 성취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까지 나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면 나의 한계가 확장될 거라고 생각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누군가 제안을 하면 대부분 수락했다. 하지만 책에서는 한계를 확장하기 위해 한계를 의식하고 한계 안에 머물라고 한다. 자신의 역량의 80%만 쓰라고 한다. 하고 싶은 기준의 10점 만점에 8점을 넘기지 못하면 거절하라고 한다. 그 대신 빈도수와 일관성을 목표로 삼아, 어느새 기량과 치열함이 만나는 황홀한 몰입 지대에 머물라고 한다.


인생은 3개월짜리, 3년짜리 단거리 스퍼트가 아니니까. 앞으로는 나의 한계를 인식하고 한계의 70~80% 이전에 멈춰, 나의 일상과 여가, 스스로와 사랑하는 사람을 돌볼 에너지를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근로와 바쁨은 미덕, 여가와 잠은 게으름이라는 그릇된 믿음


사실 나도 바쁨을 내세운 적이 참 많았다. 바쁜 삶이 좋은 것인 것 마냥 소셜미디어에 전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우리가 왜 근로와 바쁨은 미덕이고, 여가와 잠은 게으름이라는 그릇된 믿음을 갖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1) 이전에는 시간이 아니라 작업 단위로 일을 측정했으므로 문제가 없었지만 일이 복잡해지고 다수가 협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노동 시간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간은 개인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상품이 되었고, 시간이 돈으로 맞바꿀 수 있게 되자 여가는 무언가를 생산하지 않고 돈을 버리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 것이다.

2) 또한 프로테스탄트 상류층은 '프로테스탄트 직업윤리'를 만들어 일은 고귀하고 일을 도덕성과 결부시키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 안 된다는 의식을 끊임없이 심었다고 한다.

3) 육체노동에서는 '자동차 8대를 조립했다'와 같이 하루치의 수고를 입증할 수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하루치 일을 계량하기가 어려우므로 '생산성 = 바쁨'으로 내세우게 되는 것이다.


바쁘고 스트레스와 격무에 시달리는 듯해야 봉급을 받을 자격이 있고, 일을 충분히 즐기면서 돈을 받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고 있다.
우리 사회는 긴 세월을 스프레드시트 입력을 하거나 홍보 미팅용 마인드맵을 작성하는 '척'하며 보내는 것이 일에서 벗어나 뜨개질하고 개와 놀고, 차고에서 음악 밴드 활동을 하고, 새로운 요리를 시도하고, 카페에서 정치 토론을 벌이고, 친구들의 복잡다단한 연애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낫다는 집단적 판단을 내렸다고 안타까워한다.


이 문장들을 읽으며 뜨끔했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이렇게 살아오지 않았던가.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과의 약속이 줄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연락이 줄고, 운동과 여가가 줄고, 쉬는 시간이 줄어들었던 근래의 내 삶을 되돌아봤다. 일하느라 지쳐 쉬는 시간에 조차 여가와 식사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었다.




FOMO가 아니라 JOMO


책에서 또 하나의 재밌는 개념이 있었다. 바로 JOMO (the joy of missing out). 나만 놓칠 것 같은 두려움’(FOMO: Fear Of Missing Out)의 반대말이다. 책에서는 JOMO를 '이 순간에 집중하는 즐거움'이라고 번역했다. 그리고 이런 놓침이 오히려 우리가 하는 일의 우수성뿐 아니라 삶의 질까지 끌어올린다고 말한다.


신문 기사를 빠짐없이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새로 개봉한 영화를 다 챙겨보지 않아도 된다. 모든 메시지를 즉시 읽고 응답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몸담은 분야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주시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그렇게 즉시 생산성이 높이거나 즐거움을 선사할 것 같은 활동이야말로 우리를 참된 생산성과 기쁨에서 멀어지게 한다. 무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전전긍긍하지 말라. 오히려 얼마간의 시간과 정신적 여유를 확보하고 기쁜 마음으로 용감하게 자기 길을 가라
그 어느 때보다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지만, 정보 소화력은 그 어느 때보다 약화된 것이다. 우리는 끝없이 쌓여가는 도토리 무더기(저장한 글, 열려 있는 여러 브라우저 창, 끝없는 단톡방 채팅 등) 위에 앉아있지만 소화력을 잃어 굶주리는 작은 다람쥐와 같다. 정보와 정보 접근성의 최적화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우리의 정보 소비 역량을 추월해버렸다


매일 같이 도움이 되는 글을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진 않는가? 자꾸만 소셜 미디어를 확인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진 않는가? 생각해봤다.


그리고 특히나 모바일, 태블릿, 랩탑 등의 전자기기와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세대 혹은 사람일수록 이 부분을 의식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책에서는 우리가 물건을 살 때 고민을 하는 것처럼 기술 혹은 서비스를 사용할 때도 한 번쯤 생각하고 규범을 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의 시간과 관심 집중력은 무한정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기술을 우리 삶 속에 들이고 들이지 않을지 일련의 규범을 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디지털 도구를 사용할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맹목적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낼 때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에 도움이 되며, 신중하게 선택한 소수의 최적화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모든 활동은 기쁜 마음으로 내려놓으라.
어떤 물건의 비용은 즉시 또는 장기적으로 교환하는 데 필요한, 우리가 생명이라고 부르는 금액이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균형이 핵심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 깊숙이 남은 한 단어가 있다면 '균형'이다.

책에서는 균형을 이렇게 설명한다. "균형이란 절제를 통해 삶의 한 영역이 비대해져 다른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류와 고독 간의 균형

진지함과 경쾌함의 균형

테크놀로지 온과 오프의 균형

성장과 유지의 균형

타임온과 타임오프의 균형


J커브 성장만을 바라며 달려오던 내게 아래 문장이 또 한 번의 울림을 줬다. 견제당하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은 기생하거나 암적인 존재라..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이었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이 좋은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는 반대의 생각을 해본다.


견제당하지 않고 계속 성장하는 것은 기생하거나 암적인 존재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는 순환과 재생보다 새로움과 성장에 가점을 부여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 … 우리는 유지관리와 돌봄을 생산적이라고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창업가는 성장 마인드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성장하려고 경주해야 할 때도 있지만 뒤로 물러나야 할 때도 있다. 늘 그렇듯이 열쇠는 균형이다. 현실적인 목표와 기대치가 필수적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무엇을 향해 성장하고 있는지, 언제 충분히 할 만큼 했는지 어떻게 가늠하겠는가


명확하게 결정하고 결정하면 내달리는 성향을 가진 내게 '균형'은 평생 숙제가 되겠지만, 인생을 즐겁게 지속하기에 꼭 필요한 숙제가 될 것 같다. 한쪽으로 한참 치우치고 나서야 균형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글을 마치며. 책에서는 타임오프, 쉼의 중요성과 함께 여러 가지 타임오프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사례와 방법을 제시한다. 번아웃을 겪고 있거나 쉼이 필요한 분이 있다면 꼭 책을 읽어보시면 좋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