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열심히 세요? 무기력과 우울에서 멀어지려고요
가끔 "왜 그렇게 열심히 사세요?",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사세요?"라는 질문을 받고는 해요.
우선 이 글을 통해 저라는 사람을 처음 접하신 분도 계실 테니 저는 무얼 하고 사는 인간인가 간단히 적어보면 저는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고요, 브런치, 미디엄,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고 가끔은 요즘IT, 퍼블리, 아웃스탠딩 같은 곳에 글을 기고하기도 합니다. 또 사람 만나고 얘기하는 걸 좋아해서 SDA라는 디자인 커뮤니티 운영도 하고 있어요.
콘텐츠를 자주 발행하기도 하고, 워낙 공유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사람들 눈에는 제가 쉬지 않고 일만 하는 일벌레 같았는지 만날 때마다 물어보더라고요.
"잠은 자?",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이렇게요.
가만히 답을 생각해보면 '행복하기 위해서' 같아요.
더 솔직하게 말하면 '불안', '우울',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예요.
가끔은 "자기 PR 엄청 열심히 잘하는 것 같아!"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기도 하지만, 제 속마음은 이래요.
"좀 더 즐겁게 살고 싶어서, 무기력과 우울 불안에 빠지고 싶지 않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야."
워낙 끊임없이 공부하고, 공유하고, 일을 하는 인간으로 비쳐서 '불안, 우울, 무기력', 이런 단어와 멀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은 제가 무언가를 성취하고 잘하려고 시작한 게 아니라 좌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한 것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일기장스러운 제 개인의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저는 2020년부터 미국 스타트업에 초기 멤버로 합류했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원격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회사 업무와 제 개인 업무를 번갈아 하거나, 잠깐 쉬었다가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었을 때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이런 원격 근무 환경이 굉장히 만족스럽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였죠.
주니어로 일을 시작했는데, 제가 회사의 첫 디자이너고, 사수가 없고, 시차와 언어 장벽까지 있었어요. 이 모든 어려움을 갖고서 원격으로 일해야 하는 환경 때문에 거의 1년 반을 힘들어했어요.
저는 그때까지 제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굉장히 빠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원격 근무에는 도무지 적응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차라리 현장에 가서 부딪히면서 일을 하면 힘들어도 영어도 빨리 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으쌰 으쌰 서로 동기부여도 해가면서 재밌게 일할 것만 같은데, 현실은 제 방 제 모니터 앞에 혼자 앉아있었죠.
미국과 한국은 시차가 14시간 이상 나서 일을 할 때, 분명 팀원들이 있는데도 혼자 일하는 기분이었고, 모든 사람이 각개전투를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도 집중을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스스로 계속해서 '나는 왜 이렇게 집중을 못하지?' 하며 매일 자괴감에 빠져있기도 했어요. 한번 일상과 업무 루틴이 꼬이면 일주일 내내 낮엔 집중을 못하고 밤까지 일을 하는 악순환을 겪기도 했고요.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스스로 디자인과 영어를 스스로 공부해야만 했죠. 아무것도 모르는데 가르쳐줄 사람도 없으니까 더 많이 리서치하고, 읽고, 공부해야만 했어요. 제가 영어를 정말 잘해서 합류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영어로 인한 좌절감도 굉장히 많이 느꼈어요. 제가 아무리 오래 고민하고 생각해도 50%도 표현해내지 못하는 순간, 유저 인터뷰에서 반도 이해하지 못했던 날, 스몰 톡 (자유 대화 혹은 잡담)을 할 때마다 긴장하는 순간, 그런 순간마다 저는 좌절감과 답답함을 느꼈어요.
마지막으로 저는 데이터 분석가를 대상으로 한 B2B 서비스를 만드는 극 초기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였어요. 극 초기 스타트업, 특수한 인더스트리,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B2B 서비스, 이 모든 것들이 저에겐 낯설었어요. 데이터 인더스트리도 전혀 알지 못했고, 데이터 분석가라는 사람의 니즈를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조차 어려웠어요.
회사는 지난 2년 동안 두 번의 크고 작은 피벗을 했고, 그 과정에서 서비스 이름도 두 번 바뀌었어요. 회사가 타깃 유저나 메인이 되는 기능을 새롭게 재설정할 때마다, 제가 디자인하던 것들 아예 다 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플로우를 만들어내는 등 뒤엎어야 하는 상황이 수도 없이 많았어요.
B2C 서비스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미 엄청나게 많은 유저를 갖고 있고, 자신이 새롭게 출시한 피쳐가 얼마나 성과가 있는지 확인하고 개선하는 것 같은데, 또는 다른 회사들은 프로덕트가 미완성 이어도 잘만 출시하고 고객 인터뷰를 하면서 개선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왜 항상 출시 일정을 미루는 걸까? 어떤 전략인 걸까? 12월 출시가 6월 출시가 되고, 6월 출시가 다시금 말이 되고, 출시를 미루자는 의사 결정을 따르면서도 그 당시 주니어로서는 그 생각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하루빨리 출시해서 고객 반응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으니까요.
겪고 있던 어려움과 좌절
1) 원격 근무 환경에서 지속된 루틴 관리 실패로 인한 자괴감
2) 언어 장벽, 시차로 인한 팀원 간 커뮤니케이션 부족
3) 영어 실력 부족으로 인한 좌절감과 답답함
4) B2B 서비스를 만드는 극초기 스타트업 멤버로서 겪는 답답함과 어려움: 피벗으로 인해 미뤄지는 제품 출시, 일의 성과가 바로 보이지 않음
이런 어려움과 좌절을 겪으면서 그 당시에는 정말 퇴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을 매일 할 정도로 오랫동안 괴로워했어요. 그래서 이런 괴로움과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서 하나씩 해보기 시작했어요. 뭔가 잘해서 성공하려고 가 아니라 제 좌절과 무기력과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요.
글을 자주 썼어요. 저는 글을 쓰고 발행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생각이나 경험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글을 읽어주고 반응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았어요. 그 당시에는 글을 쓴 지 얼마 안 돼서, 매일 한두 명이라도 독자가 는다거나, 서핏에 피쳐드 되는 거 하나만으로도 괜히 뿌듯하고 사소하지만 큰 즐거움이 되어주었어요.
프로덕트와 일 관련해서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고 싶은데 그게 언어장벽과 시차로 회사 내에선 어려우니까, 한국 IT 커뮤니티를 엄청 열심히 찾고 그 커뮤니티 멤버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커뮤니티에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면서 많이 배웠고, 소통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해결됐어요.
그리고 프로덕트 디자인 리서치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위에 언급한 커뮤니티는 디자인 외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리서치를 했는데, 저는 현업에 적용하기 위해 좀 더 디자인에 포커스 된 스터디를 함께 하고 싶었어요. 혼자 하지 않고 팀원을 모집했던 이유는, B2B 서비스 디자이너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커뮤니티 내에서 서로 고충도 얘기하고, 도움을 주고받고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10명의 B2B 디자이너와 함께 매주 프로덕트를 리서치하면서 공부했고, 이때 처음으로 혼자서 커뮤니티 운영을 경험했어요.
워낙 새로운 일을 꾸미고 진행할 때 신나는 편이라서 이런 활동을 하면서도 중간중간에 관심 있는 공모전, 해커톤에 참여해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헬스, 서핑, 킥복싱 등의 운동이나 취미를 짧게 짧게 배우기도 했어요. 스트레스도 줄이고, 더 많이 움직일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생겨나더라고요.
제가 공부한 자료가 있으면 꼭 발행하고 사람들에게 공유했어요. 저는 공부를 할 때 습관처럼 정리하는데 이런 정보를 저만 읽고 묵혀두기는 아깝기도 했고, 발행을 위해서 정리하는 과정에서 제가 더 많이 배운 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미디엄과 브런치에서 제 글을 읽어주시는 팔로워가 생겨났고,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생기니 더 열심히 그리고 자주 쓰게 되더라고요. 발행한 글을 통해 제게 외부 기고나 강연을 제안해주시는 분도 생겨나서 예상치도 못한 기회들이 많이 생겨나기도 했어요.
계속 도전하고 시도하다 보니 자연스레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시간보다 제가 바쁘게 뭔가를 공부하고 만드는 시간이 제 일상을 가득 채우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저는 바쁘게 무언갈 시도하며 살아야 더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고 깨닫기도 했어요. 저는 한 달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열심히 달리는 편인데 2~3달에 한 번씩 2주 정도 쉬면서 리프레시 기간을 갖는 게 많은 일을 하면서도 번아웃이 오지 않게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한 것
1) 원격 근무 환경에서 지속된 루틴 관리 실패로 인한 자괴감
① 회사 팀원 , 친구, 소셜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조언 구하기
② 단기간 동안 한 가지 운동이나 취미 시도해보기 : 헬스, 서핑, 킥복싱
③ 관심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 활동해보기 : 공모전, 해커톤, UX 프로그램 등
2) 언어 장벽, 시차로 인한 팀원 간 커뮤니케이션 부족
① 한국 IT 커뮤니티 참여, 스터디 운영
② 소셜 미디어 활동하며 소통하고 배우기 : 페이스북, 링크드인, 커리어리
3) 영어 실력 부족으로 인한 좌절감과 답답함
① 영어 스터디, 서비스를 이용해 공부하기
② 영어 천천히 배우고 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4) B2B 서비스를 만드는 극초기 스타트업 멤버로서 겪는 답답함과 어려움: 피벗으로 인해 미뤄지는 제품 출시, 일의 성과가 바로 보이지 않음
① 회사 일은 열심히 하되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기
② 회사 밖에서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 하고 성과 내기 : 유튜브 시작, 외부 기고, 커뮤니티 운영 등
지금이야 이렇게 글을 쓰기 위해서 어려웠던 부분을 요목조목 정리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도 각각 나눠 정리해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저 힘들었고 고통스러웠고 좌절스러웠어요. 그래서 그 좌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다 해보려고 부지런히 노력해왔습니다. 조금이라도 재밌어 보이면, 제 일상을 즐겁게 버티게 해 볼 수 있는 것들이라면 무조건 했어요.
그렇게 보낸 시간들이 쌓여, 일을 하며 여러 채널을 운영하고 외부 채널에 글도 쓰고, 커뮤니티도 운영하는 인간이 되어 신기하고 대단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실 이 모든 활동들의 출발은 멋진 목표가 아니라 좌절이었다는 거예요. 좌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이 쌓여 만들어진 거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일을 하다가 조금 지쳐서, 다시 힘을 얻기 위해, 나아가기 위해 글을 쓰고 있어요. : )
여러분의 좌절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여러분이 좌절에서 벗어나 나아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