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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유 May 25. 2024

[구성원이 리더에게] 팀원의 꿈이 뭔지 아시나요?

동기를 팍팍 부여하며 일을 위임하고 싶은 리더라면

구성원이 리더에게,

리더가 구성원에게,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초심자에게 조언하는 글은 꽤 많은 듯합니다. 대부분의 경험과 지식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려오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반대로 팀의 구성원으로서 리더에게 바라는 바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요즘 구성원, 소위 요즘 MZ들은 어떤 생각과 태도를 지니고 회사에 다니는지, 회사와 리더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생각이 날 때마다 조금씩 적어보려 합니다. 하지만 보편적이기보다는 지극히 개인적 일 것입니다. 또 제가 재직했거나 재직 중인 특정 회사와 특정 인물에 한정 지어 생각지 않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언젠가 리더가 되고 나서 이 글을 읽으면 ‘하이고.. 안 그래도 힘들고 바쁜 리더한테 이런 것까지 원했다니’ 하면서 후회하거나 때로는 좁은 시야가 부끄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송길영 작가님의 말을 다시 곱씹으며 담대한 용기를 내봅니다. “10년 전에 쓴 글을 읽었는데 부끄러웠다. 어, 이제 부끄러운 걸 아네? 앞으로 10년 후에도 또 부끄러우면 좋겠다.”

제 직속 리더는 오히려 제 글을 안 읽으셨으면.. ㅋㅋ 하는 바람과 함께 글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질문을 던지며 글을 시작해 봅니다.



“팀원이 지금 키우고 싶은 역량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팀원이 10년 뒤에 무얼 하고 싶은지 아시나요?”




제 꿈이 뭔지 아세요?


‘리더가 엄마 아빠도 아니고, 돈도 주는 회사에서 일하는데 리더가 팀원의 꿈까지 신경 써줘야 해?’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지극히 팀원의 시각에서의 대답은 “네, 신경 써 주세요!”입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이전 직장에서 C-level과 함께 제가 나아고자하는 방향과 제게 기대하는 바를 싱크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팀의 리더 분들과 이런 대화를 충분히 나누고 있고요.


이런 대화와 시간이 제가 일을 함에 있어서 스스로 주도성을 갖게 했고, 프로젝트를 더욱 열심히 해야 할 이유, 회사 업무 시간이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동기가 됐습니다. 제가 하는 노력이 회사와 팀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니까요.


이전 회사에서는 입사한 첫 주에 CEO와 약 2시간가량 대화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우선 회사의 대표와 이런 대화를 하는 1:1 문화가 굉장히 낯설었고, 회사에 입사했는데 ‘나’에 대해 이렇게 오래 자세하게 물어봐준 다는 게 참 생경했습니다.


제가 앞으로 어떤 꿈을 꾸는지, 10년 20년 뒤 미래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역량을 키우고 싶은지를 물어보셔서 온전히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죠.  그리고 또 저를 뽑은 이유, 제게 기대하시는 바, 부족해서 키우면 좋을 역량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이라고 다 같은 디자인이 아니에요!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하거나 업무를 부여할 때도 이런 제 개인적인 목표와 특성을 고려하면서 업무를 줬고, 지속적으로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디자이너지만 일러스트, 그래픽이 아니라 UX에 강점이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저는 계속해서 프로덕트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길 원했어요.


이때 회사를 알리기 위한 웹사이트와 홍보용 그래픽을 만들어야 하는 업무가 생겼습니다. 그때 CEO는 저에게 일러스트를 그리라고 시키지 않았어요. 일러스트를 그릴 수 있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찾고, 그 사람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주위에 그래픽을 잘하는 친구에게 연락해 회사의 위주를 맡겼고, 이 프로젝트의 목표를 설명하고 소통하면서 웹사이트에 적용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부족한 점이 참 많았지만 처음으로 프로젝트 매니징을 했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일하는 시간에는 물론 회사의 프로덕트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었고요.



반대로 다른 회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인하우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입사했는데 ‘광고 디자인, 아이콘 디자인, 일러스트 디자인’ 등 디자인만 들어가면 모두 맡긴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과적일지 모르겠지만, 그 일을 모두 떠맡은 디자이너는 ‘내가 이러려고 회사에 입사했나?’하는 생각과 함께 점점 의욕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같은 일을 맡겨도 그 사람이 20년 뒤에 나만의 디자인 에이전시를 차리고 싶다거나, 모든 디자인 영역에서 잘하고 싶은 디자이너였다면 같은 업무도 즐겁게 했을 수 있습니다. 또는 리더분께서 이런 경험이 왜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신다면 힘들어도 보람 있게 했을 수 있고요. 그래서 팀원의 목적, 목표, 현재 키우고 싶은 역량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질문을 통해 동기 부여하며 일 위임하기


또 하나의 예시입니다.

저는 앞으로 언젠가 좋은 리더가 되고 싶고, 때와 기회가 되면 창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디자인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기획, 운영, 커뮤니케이션, 협업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참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명확한 디자이너의 역할은 아닐 수 있지만, 제가 관심 있고 배우거나 키우고 싶은 역량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제 리더는 관련된 일을 일부 위임하고 제가 그 일을 잘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첫째로 전반적인 서비스의 기획이라는 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동안의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떤 걸 해보면 좋겠는지 얘기했어요.


바로 프로젝트 관점에서의 기획서 작성과 회의록 써보기였는데요. 피그마, 프레이머 등의 디자인 툴에 작성하는 디자이너 관점의 협소한 문서가 아니라 전체 프로젝트 관점에서 일부 기능의 기획서를 써보는 것이었죠. 또 회의록 쓰는 건 정말 사소해 보일지라도 타 부서와의 협업 미팅에서 가장 중요한 어젠다를 기억하고 구조화하는 훈련을 해보는 게 전반적인 프로젝트를 빠르게 이해하고 주도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제가 기획서나 회의록을 써오면 크건 작건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확인할 수 있었고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만약 제게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물어보고, 아낌없이 알려주고, 이후에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도와주는 과정이 없이 그냥 ‘기획서 좀 써오세요, 회의록 좀 대신 쓰세요’라고 말했다면 저는 딱히 동기부여도 되지 않았을 거고 오히려 일을 떠넘기는 리더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문제나 업무가 아닌 사람에게 집중하기


이건 제가 코칭을 하면서 배우게 된 것인데요. 코칭을 할 때는 코칭을 받는 사람이 가지고 오는 그 문제 자체,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 자체보다 언제나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대화를 하면서도 '이러한 고민을 갖고 있고 이걸 잘해보고 싶은 이 분은 어떤 분일까?'에 대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듣는 연습을 합니다.

만약 어떤 프로젝트를 잘해야 한다면, 프로젝트 자체보다 ‘팀원, 그 사람, 그 존재 자체’를 먼저 바라봐주세요. 그분은 어떤 분이고, 어떤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요새는 어떤 역량을 키우고 싶은지 물어보고 들어주세요. 이런 대화가 잘 이루어진다면 누구보다 열정 있게 스스로를 위해, 또 팀과 회사를 위해 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리더 분들께서 다음 주에 출근하실 때 팀원에게 이 질문을 하고 어떤 대화를 하셨는지, 어땠는지 알려주신다면 정말 기쁠 것 같네요. 이만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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